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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에 그린 태극기·안중근의 글씨…함께 기억해야 할 '광복'

일장기에 그린 태극기·안중근의 글씨…함께 기억해야 할 '광복'
▲ 올해 2월 서울 진관사에서 공개된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 모습

2009년 5월 26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의 부속 건물인 칠성각을 해체하던 중 안쪽 벽에서 무언가 꽁꽁 싸맨 듯한 꾸러미가 나왔습니다.

작업을 중단하고 조심스레 풀어본 그곳에는 오래된 태극기와 신문 19점이 있었습니다.

태극기 왼쪽 윗부분은 불에 탄 듯 일부가 손상됐고, 곳곳은 빛이 바래고 구멍까지 뚫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태극과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의 힘찬 기운은 그대로였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장기를 먹으로 덧칠해 만든 '서울 진관사 태극기'입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기, 희망을 잃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분투했던 역사가 깃든 문화유산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국가유산청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달 12일부터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근대기 항일 독립유산을 조명한 '빛을 담은 항일유산' 특별전을 연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개항기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광복에 이르는 시대를 110여 점의 유물로 소개합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일제의 엄혹한 지배의 어둠 속에서도 '빛'을 좇아 빛나는 미래를 열려고 했던 역사를 다양한 항일 독립 문화유산을 통해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전시는 외세의 잇단 침략에도 '자주구국'의 뜻을 꺾지 않으려 한 흔적을 비추며 시작됩니다.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직후인 1905년 11월 30일 민영환(1861∼1905)이 자결하면서 남긴 유서(정식 명칭은 국가등록문화유산 '민영환 유서(명함)') 등이 공개됩니다.

명함 앞·뒤 여백에 쓴 유서에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死而不死)'고 외치며 자유와 독립을 회복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있어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19세기말 주미공사를 지낸 이범진(1852∼1911)이 남긴 외교 일기 '미사일록', 지난해 일본에서 돌아온 의병장의 결사항전 기록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됩니다.

한말 의병 관련 문서 부분

1851년부터 1909년까지 작성된 문서 13건을 아우르는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당시 각지에서 활동하던 의병을 체포하고 서신을 강탈했던 일제의 탄압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최근 배지로 만들어져 주목받은 서울 진관사 태극기도 관람객과 만납니다.

유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평소에는 실물을 잘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더하고자 특별히 외출에 나섰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우리나라 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일제강점기 태극기로, 불교계 등 다양한 계층에서 주도한 독립운동의 양상과 강한 항일의지를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중근 의사(1879∼1910)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글씨 두 점도 공개됩니다.

최근 경매를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사실이 알려져 큰 관심을 받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푸른 대나무)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됩니다.

유묵은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뜻합니다.

2022년 보물로 지정된 또 다른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항일 의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문화유산도 볼 수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소앙(본명 조용은·1887∼1958)이 독립운동과 건국의 방침 등을 정리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은 보존 처리를 마친 실물을 선보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서영해(1902∼?)의 자료,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사전 '말모이'의 원고도 시선을 끕니다.

국가등록문화유산 '독립운동가 서영해 관련 자료' 중 독립선언서

관람객들은 배우 차주영이 참여한 음성 해설(오디오 도슨트)을 들으며 특별전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14∼16일에는 전시와 연계한 학술 발표회와 강연이 열립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항일유산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이고 정신이며, 우리 국민의 정체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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