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전역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7일 오후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2080년이 되면 광주의 하루 최다 강수량이 최근 20년 평균보다 40㎜ 이상 늘어난 16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도시 침수가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기후위기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고탄소 배출이 지속되는 RCP8.5 시나리오 기준으로 2080∼2100년 광주의 하루 최다 강수량은 현재(2000∼2019년 평균) 122.2㎜보다 41.6㎜ 많은 163.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침수 피해가 본격화되는 기준으로 여겨지는 하루 80㎜ 이상 호우 일수는 연평균 1.8일에서 2.9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단순히 강수량이 증가하는 것을 넘어 단시간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극한 호우가 더 자주, 더 극심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상청은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고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일 때 또는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일 경우 '극한 호우'로 규정하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극한 호우는 2000년 이후 광주에서 총 7차례 발생했는데 2004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20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 차례(7월 17일, 8월 3일)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광주에는 하루 동안 426.4㎜의 극한 호우가 쏟아져 광주 역대 일일 최대 강수량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잦아지는 극한 호우로 피해 양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천 범람에 따른 외수(外水) 침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하수도 배수 용량을 초과하는 내수(內水) 침수 피해가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도시화로 불투수면적이 늘고, 배수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내수 침수는 더욱 자주 발생하는 추세입니다.
주차장과 도로, 건물 등으로 뒤덮인 불투수면 구조는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곧바로 배수로로 집중되게 해 침수 위험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17일 침수 피해가 집중된 북구 신안동 일대는 용봉천(폭 24m)과 서방천(폭 12m)의 박스형 배수관로가 합류하는 지점인데 용봉천의 수압이 서방천의 배수량을 압도하면서 서방천에서 흘러오는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해 주변 지역이 침수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만큼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배수 체계 확충을 강조했습니다.
류용욱 전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기존 하수도 용량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배수시설의 설계 기준을 상향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도심은 대규모 하수도 체계를 단시간에 바꾸기 어려워 빗물터널이나 우수 저류시설을 확충해 인위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