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엡스타인 파일 공개요구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의 성범죄 공범으로 2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이 최근 법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후 수감생활이 매우 편한 기숙사식 수용소로 이감된 데 대해 미국에서 의혹과 비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7일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맥스웰은 최근 텍사스주 브라이언에 있는 기숙사식 수용소로 이감됐으며, 이 시설을 관리하는 'FPC 브라이언' 측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캠프의 재소자는 전원 여성이며 대부분 비폭력 범죄와 화이트칼라 범죄로 복역 중인 이들입니다.
미국 연방교정국 교정시설 분류 기준에 따르면 브라이언 수용소는 경비 등급이 5개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최소경비시설'이고 재소자 숙소가 기숙사식인 '연방교도소캠프'입니다.
리조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연방교도소캠프는 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제한적이고, 재소자 대비 교도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감 전에 맥스웰이 있던 곳은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소재 '저경비 연방교정기관'(Low-security FCI)으로, 2중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교도관 비율도 높았고 남녀가 섞여 있었습니다.
텍사스 브라이언 지역의 연방교도소 직원 노조 부위원장인 조시 레퍼드는 NBC 인터뷰에서 재소자라면 누구나 브라이언 수용소에서 복역 기간을 보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클럽 페드'라는 말 들어 봤느냐. 여기가 그런 곳 중 하나다"라고 말했습니다.
'클럽 페드'는 유명 휴양관광 업체 '클럽 메드'의 이름에서 '메드' 대신에 '연방교도소'라는 뜻의 '페드'를 넣은 말로, 재소자들이 마치 휴양 관광지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편하게 복역함을 비꼬는 말입니다.
연방교도소 전현직 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퇴직자로서 구역질이 난다", "언제부터 성범죄자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됐느냐","그 여자(맥스웰)는 인신매매범"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NBC 뉴스는 전했습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맥스웰의 이감은 이달 초 이뤄졌으며, 이감 1주 전쯤인 지난달 24∼25일 맥스웰과 그의 변호인은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과 이틀간 9시간에 걸쳐 면담하면서 엡스타인 사건 관련자 약 100명에 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랜치는 면담 당시 내용이나 향후 조치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또는 맥스웰과 맺은 친분 등에 관해 맥스웰이 침묵하는 대가로 특별히 편한 곳으로 옮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법무부나 백악관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얘기하면서 맥스웰 이감 전에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으며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연방교정국 기준에 따르면 맥스웰과 같은 성범죄자는 특별 면제 조치를 별도로 받지 않는 한 연방교도소캠프에서 수감생활을 할 수 없다고 NBC 뉴스는 지적했습니다.
이런 면제조치를 받으려면 재소자 분류와 형기 계산을 담당하는 연방교정국 내 센터장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퇴직한 연방교정국 직원 비토 바라빌리아는 NBC 뉴스 인터뷰에서 27년간 근무하는 동안 성범죄자가 연방교도소캠프로 이감된 경우는 기억에 없다며, 맥스웰을 이감시켜 줌으로써 맥스웰이 탈옥하거나 외부의 누군가가 그를 표적으로 삼기 쉬워지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내가 보기엔 (맥스웰의 이감에) 논리가 없다"며 수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연방교도국 감찰부장을 지낸 로버트 후드는 NBC 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이감이 "사법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미성년자 성 알선 피해자 3명과 그 가족은 이번 이감에 대해 "공포와 분노"를 느끼며 반대한다면서, 맥스웰이 미성년 아동을 성폭행하고 인신매매를 저질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맥스웰이 이감된 시설에는 재소자들이 수색·구조견 훈련을 담당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나, 맥스웰은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NBC 뉴스는 설명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케이나인 컴패니언스'는 맥스웰과 같은 성범죄자를 포함해 인간이나 동물에게 잔혹한 짓을 저지른 재소자는 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