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였지만 관세 협상과 러시아와의 무역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짚었습니다.
1998년 미국이 인도의 핵실험에 대응해 제재를 부과한 이후 지금 양국 관계가 가장 악화한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습니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만 해도 미국과 인도는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모디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협상가'라고 칭찬했고, 모디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떠 "인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양국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4월 인도에 상호관세 26%를 부과했고 이후 양국은 5차례 협상을 했으나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인하를 놓고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 이후 휴전 과정도 양국 관계 악화에 한몫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휴전 협상을 중재했다고 강조했고, 파키스탄도 이 같은 발표를 환영하면서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휴전이 미국 등 제삼자 중재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새로 조정한 상호관세율 25%를 인도에 부과하면서 별도 제재를 예고했고, 실제로 지난 6일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3주 후부터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인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하지 않는 러시아의 석유를 대량으로 사들인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소속 안보전문가인 애슐리 텔리스는 "현재 인도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으로 모디 총리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줄여야 하지만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한 것처럼 보일까 봐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도 핵실험에 따른 제재 이후) 20년 넘게 노력해 얻은 (양국의 외교) 성과를 무너뜨릴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10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를 비롯한 다른 나라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도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관계가 악화하자 인도는 중국·러시아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입니다.
모디 총리가 이달 31일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7년 만에 방문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최근 나왔고,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5일 국방·안보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습니다.
특히 중국과는 5년 전 국경 충돌로 관계가 악화한 상태여서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병상련의 상황입니다.
러시아도 3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휴전하라는 압박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처지입니다.
인도 연구재단 소속 분석가인 알렉세이 자하로프는 "러시아는 미국과 인도 사이의 분열을 이용해 러시아-인도-중국 3자 협력을 복원하면서 새로운 국방 프로젝트를 제안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그는 "인도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