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벽돌 더미에 몸이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충격적인 인권 유린을 당한 외국인 노동자 사건을 계기로, 고용허가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의 목줄을 쥐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정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0대 방글라데시인 쇼히둘 씨, 3년 전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와 수도권 염색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지난해 8월 작업 중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쇼히둘/이주노동자 : 오른 다리…. 수술하고 두 달, 병원에 계속 입원해서 계속 누워있었어요.]
3년 계약 기간을 채우고 재고용 허가를 받기 위해 퇴원 후에도 열심히 일해야 했습니다.
지난 3월 다행히 비자 연장을 받았고, 부상 후유증이 심해져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은 더 이상 못할 것 같다고 하자, 사업주는 비자 연장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습니다.
[쇼히둘/이주노동자 : 사모님, (비자) 연장해 주세요, 나 고향에 부모님 있어서 돈 보내야지 밥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사업주가) '너 (고향으로) 가라고', 그때 난 죽을 뻔했어요.]
현행 비전문 취업비자, E-9 비자의 체류 기간은 3년이고 1년 10개월 추가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권한은 전적으로 사업주에게 있습니다.
임금 체불이나 폭행 등으로 일터를 옮기려 해도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책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간에 '주종 관계'가 형성되는 이유입니다.
[섹 알 마문/이주노동조합 부위원장 : 이주노동자들의 목숨줄을…. 산재를 당해도, 임금 체불 당해도 사장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전남 나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제도 개선에 착수했습니다.
무엇보다 인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방침입니다.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 (오늘, 2025 고용허가제 콘퍼런스) : 차별, 임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노동계와 학계에선, 이탈률이 높은 사업장에는 이주노동자 배정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재고용 기간만큼은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을 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를 관리 대상이 아닌 동등한 시민과 노동자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선결 과제입니다.
(영상취재 : 제일, 영상편집 : 김진원, 디자인 : 최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