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
보좌진 명의로 주식을 차명거래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탈당은 논란의 추이를 살필 틈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이 의원의 판단과 빠른 거취 정리 없이는 정청래 대표 체제 초반 개혁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의 차명 거래 의혹은 어제(5일) 오전 11시 40분쯤 더팩트의 보도로 제기됐습니다.
이 의원이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타인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의혹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약 2시간 반 만에 정 대표의 긴급 진상 조사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 의원은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났을 당시만 해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것은 잘못이라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보좌관 휴대전화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당에서)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라며 탈당이 아닌 당 진상 조사를 받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던 이 의원이 결국 탈당을 결심했습니다.
이 의원은 오늘 저녁 8시쯤 정 대표에게 전화로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정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의원에 대한 정 대표의 긴급 진상조사 지시가 내려진 지 불과 6시간 만이었습니다.
이 의원의 '속전속결 탈당'의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주식 차명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식 시장 내 불공정 거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던 터라 이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민주당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됐습니다.
권향엽 대변인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어떠한 불법 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정 대표도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계획이었다"며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고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정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어제 이 의원 의혹이 불거지자 당내엔 당혹감이 흐르는 분위기였습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어제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당 대표 회의실로 들어가는 길에 "진짜네. 가짜뉴스인 줄 알았더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기자들에게 "쉴드(방어)가 어렵겠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번 의혹을 겨냥한 국민의힘 등 야당의 거센 공세도 부담이었습니다.
당장 국민의힘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이 의원을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친여 성향인 진보당마저 "본회의장 주식 거래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주식 계좌의 주인은 오래된 보좌관이고 게다가 이 의원은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이라며 "주식 차명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야당의 공세 속 여론 악화는 정 대표의 각종 개혁 추진 동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의원의 거취에 대한 빠른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중점 과제로 삼고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한 터였습니다.
개혁 법안 통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던 이 의원이 주식 차명거래 의혹에 휩싸인 것은 자칫 개혁 동력을 깎아내리고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신속한 탈당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입니다.
정 대표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