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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미 무역보복 6개월 유예…"미국, 합의 안 지키면 즉각 대응"

EU, 대미 무역보복 6개월 유예…"미국, 합의 안 지키면 즉각 대응"
▲ EU-미국

유럽연합이 미국과 무역합의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대미 보복 조치를 일단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향후 미국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언제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우회 경고했습니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 대변인은 현지 시간 5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7일 자동 발효 예정이던 미국에 대한 관세 대응조치를 6개월간 유예하기 위한 결정을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긴급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27개 회원국의 단순 과반 찬성만 확보하면 되므로 이변이 없는 한 확정될 전망입니다.

EU의 보복 조치는 미국산 항공기, 자동차, 버번위스키 등 총 930억 유로, 우리 돈 약 150조 원 규모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잡니다.

미국과 합의 불발 시 오는 7일부터 자동 발효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유예 결정은 지난달 27일 EU산 상품에 15% 일괄 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합의가 타결됐고, 31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오는 7일부터 국가별로 조정된 관세율이 일괄 발효되는 일정에 맞춰졌습니다.

EU에 따르면 미국이 EU에 약속한 15% 관세율은 다른 추가 관세가 붙지 않는 '올 인클루시브' 방식입니다.

'굴욕 합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EU는 이 점을 연일 부각하고 있습니다.

EU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교역 파트너 가운데 올 인클루시브 형태의 15% 관세율 합의를 한 건 EU가 유일하다"며 "완벽한 협상 결과는 아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들은 올 인클루시브가 아닌, 상호관세율에 기존 최혜국대우 관세도 추가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치즈의 경우 EU는 MFN에 따라 기존 관세율이 14.9%였는데 이번 합의로 0.1%포인트 오른 15%가 된다"며 "반면 상호관세율이 10%로 합의된 나라는 10%에 기존 MFN 14.9%가 추가돼 24.9%"라며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합의 세부 내용과 적용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터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관한 관세율이 단적인 사롑니다.

EU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율도 현행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는 이 내용이 누락됐습니다.

집행위 당국자는 자동차 관세 합의 이행을 위한 미국 측의 추가 조치가 '매우 가까운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도 EU는 일정 수준의 물량까지는 저율관세할당을 도입하기로 미국이 약속했다고 한 반면, 백악관은 이런 설명 없이 현재의 50%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항공기를 비롯해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지만 이 부분 역시 미국 측의 구체적 언급이 없는 상황입니다.

EU가 대미 보복조치를 6개월 간만 유예하기로 한 것도 내심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EU 당국자도 "대미 조치를 필요시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도록 냉동고에 도로 넣어 두는 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또 "추가적인 혼란이 예상되긴 하지만, 일단 우리는 (거의) 모든 품목에 15% 관세라는 보험 장치를 확보했다"며 "미국 행정부가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도 대응할 수단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U는 합의된 상호 무관세 항목 외에 대미 주력 수출품인 와인·주류도 포함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합의 내용을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EU 당국자는 공동성명이 "거의 준비가 다 됐다"면서도 양측 간 세부 사항 확인을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구체적 일정은 함구했습니다.

공동성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미국과 EU가 합의한 품목별 관세 면제 목록 등 세부적인 내용이 명시될 예정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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