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39%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은 스위스가 보복 조치를 하지 않겠다며 자세를 낮추고 추가 협상을 요청했습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새 관세율 적용을 사흘 앞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 맞대응 조치도 고려하지 않는다"며 "새 협상 단계에서 더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스위스는 미국산 제품의 99%를 무관세로 수입하고 시장을 왜곡시킬 만한 어떤 보조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대미 무역흑자는 불공정한 경쟁 관행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스위스가 지난해 미국 직접 투자 6위, 연구개발 투자는 1위를 기록했다며 "이런 역동적 경제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오는 7일부터 스위스산 수입품에 39%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양국 무역 관계가 일방적이며 스위스가 무역 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의미 있는 양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위스 당국은 협상 과정에서 상호관세율 10%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초 이미 양국 실무진이 무역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타블로이드 신문 블리크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스위스가 프랑스에 대패한 1515년 마리그나노 전투에 빗대며 "경제적 대실패가 임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취리히연방공대(ETH)의 한스 게르스바흐는 제약까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스위스 국내총생산이 최소 0.7% 감소해 경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스위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F-35A 전투기 구매 계약 취소 등 보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산업계에서는 고율 관세를 피해 해외 이전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커피머신 생산업체 써모플랜의 아드리안 슈타이너 최고경영자(CEO)는 "39% 관세로는 스위스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미국 또는 유럽연합(EU)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벅스에 커피머신을 공급하는 써모플랜은 북미 매출 비중이 30%에 달합니다.
스위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60%가 의약품이고 시계, 정밀기계, 초콜릿, 커피 캡슐, 치즈도 주요 수출 품목입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스위스의 대미 무역 흑자는 480억 달러(67조 원)로 EU, 중국, 멕시코, 베트남 다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급증한 금 수출 때문에 무역수지가 왜곡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에 관세를 부과할까 봐 미국의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스위스는 금 제련과 실물 거래의 허브로 통합니다.
올해 상반기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금은 약 500t, 390억 달러(54조 원)어치입니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는 금을 제외하면 무역 흑자가 절반 수준이라며 "금 거래가 없었다면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고 스위스가 조금 덜 눈에 띄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