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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증 기준 '엉터리'…"수건형 마스크 모두 교체" (D리포트)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중앙로역.

당시 사고 현장을 보존한 '기억의 공간'에는 22년 전 고통과 절규가 검게 그을린 벽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시철도 역사 곳곳에 비치한 화재 대피용 방연 마스크.

입과 코를 수건으로 막는 방식으로 화재 발생 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대구시청은 물론 지역 도서관, 노인 복지시설에도 하나 같이 수건형 방연 마스크가 비치돼 있습니다.

연기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마스크가 어떻게 납품됐을까?

취재 결과 수건형 마스크 제조사가 행정안전부에서 재난 안전 제품 인증을 받은 뒤 수의 계약을 통해 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상민/대구시 안전정책관 : 재난관리자원의 관리 등의 관한 법률이나 대구시 재난대피물품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의해서 (방연 마스크는) 인증을 받은 제품 또는 표준화되어 있는 어떤 기준을 충족하는 그런 물품들을 우선 취득하도록.]

그런데 문제는 이 행안부 재난 안전 제품 인증 기준이 우리나라 국가 표준 KS 인증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겁니다.

수건형 방연 마스크 제조 업체가 행안부에 인증을 받기 위해 제출한 시험 성적서입니다.

마스크가 연기를 차단하는 상황을 일산화탄소 농도 50ppm으로 가정했는데, 이는 평상시 공기 중 허용 농도 수준입니다.

KS 인증 화재용 긴급 대피 마스크의 요구조건을 보면 일산화탄소는 2천500ppm.

KS 기준의 2% 수준으로 시험을 한 겁니다.

또, 유체가 단위 시간 동안 흐르는 양도 분당 1L 수준인데 KS 기준인 분당 30L 수준보다 턱없이 낮습니다.

전문가는 일산화탄소 50ppm에서 시험을 하는 건 엉터리라고 비판합니다.

[한돈희/전 한국호흡보호구학회 회장 : 50ppm은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담배 하나 피면 100ppm도 더 나와요. CO(일산화탄소)는. KS나 KFI (소방산업기술원) 기준치를 맞춘 마스크 보급해야.]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해당 마스크의 안전성 우려에 공감하며 전국 곳곳에 비치된 수건형 마스크를 모두 회수한 뒤 귀에 거는 마스크형으로 교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TBC가 언급한 KS 기준에 맞는 두건형 방연 마스크도 개발 중이라며 추후 보급 계획을 덧붙였습니다.

[장승/방연 마스크 업체 대표 : 전국에 나가 있는 타올류는 생산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마스크류로 개발됐기 때문에 무상으로 전체적으로 교환할 계획입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행안부 재난안전제품 인증 제도의 대수술이 시급합니다.

(취재 : 안상혁 TBC, 영상취재 : 김도윤 TBC, 디자인 : 김세윤 TBC,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TBC 안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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