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된 지 2주가 지났는데요. 소비자들이 어디에 가장 많이 썼는지 조사해 봤는데, 식당이나 편의점이 아니고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7월 21일부터 풀리기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 국민에 한 사람당 최소 15만 원에서 55만 원까지 지급된 이 돈은 어디부터 흘러갔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부쩍 붐비는 안경원들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소비쿠폰 배포가 시작된 첫 1주일 동안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38만 2천여 곳의 평균 카드 매출액을 집계해 보니, 안경원 업종 매출이 그 전주보다 갑자기 56.8%나 치솟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생활에 불편을 좀 느껴도 요즘 안경이나 렌즈 제품들의 만만치 않은 가격 부담에 교체를 망설이던 사람들이 안경원부터 달려간 모습이 엿보인다는 겁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로 꼽혀온 패션·의류업 매출도 한 주 만에 28.4%나 늘어났습니다.
여윳돈이 부족할 때 제일 먼저 포기하게 되는 새 옷과 새 신발, 모처럼 장만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소비쿠폰이 풀리기 전부터 쿠폰의 기대 용처를 묻는 설문조사에 '애들 학원비에 보태고 싶다'는 응답들이 많았는데, 과연 외국어학원 매출도 한 주 만에 24% 넘게 오른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외국어학원 매출이 급증한 건, 자녀 학원비도 학원비지만, 여윳돈을 모처럼 공부에 써 보려 한 성인 수요도 꽤 늘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이 밖에도 면 요리 전문점이나 피자, 초밥 전문점 같은 외식업종들의 매출이 전주보다 20%대씩 늘어났고, 미용실과 스포츠·레저용품 판매점의 매출도 20% 안팎씩 늘었습니다.
유통, 외식, 미용, 레저 같은 이른바 '생활 밀착 업종'들을 중심으로 영세상인들의 매출에 소비쿠폰이 바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관찰됐다는 게 한국신용데이터 측의 설명입니다.
전반적으로 소상공인 업장들의 평균 매출은 전주 대비해서 2.2% 증가했습니다.
다만 서비스업 매장들의 매출은 평균 3%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폭염에다 7월 말 휴가 기간이 겹친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제주 소상공인 사업장들의 매출은 쿠폰 배포에도 전주보다 각각 4%와 0.8%씩 줄어든 반면, 경남은 9.4%, 전북과 강원은 각각 7.5, 6.6%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비쿠폰은 7월 말까지 국민의 90%인 4천 555만 명이 신청해, 8조 2천 371억 원어치가 시중에 풀린 상태입니다.
(영상편집 : 유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