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화약·뇌관 뺀 모형탄 온라인 무분별 판매…범죄 악용 우려

화약·뇌관 뺀 모형탄 온라인 무분별 판매…범죄 악용 우려
▲ 사제 총기 제작

'인천 사제총기 살인 사건'으로 총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실탄과 구분되기 힘든 모형 총탄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제(3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더미탄'(모형 총탄)으로 검색해 보니 판매 글 700여 건이 나왔습니다.

5.56㎜ 소총탄과 7.62㎜ 기관총탄 등 다양한 제품들이 1개당 2천500∼4천 원에 판매 중입니다.

업체들은 "실제 탄피와 탄두로 제작했다", "실탄에서 뇌관과 화약만 제거해 더욱 진짜 같은 제품"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총을 쏠 때 격발부품인 공이가 총탄을 때리면 '공이 자국'이 남는데, 이를 제거해 외관상 사용 전 실탄과 똑같은 제품은 약 2천 원의 웃돈이 붙었습니다.

구매자들은 "(공이 자국이) 찍히지 않아 오해하기 딱 좋다", "'오리지널'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며 호평했습니다.

이들 제품을 다시 실탄으로 개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복잡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총기 청정국' 공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실탄과 오인돼 사회 불안을 일으키고 협박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달 30일엔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려던 20대 남성 A 씨의 가방에서 7.62㎜ 기관총탄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경찰과 검찰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A 씨는 "4년 전 온라인에서 구매한 모조품"이라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곧 감정을 의뢰해 사실 여부를 밝힐 계획입니다.

2023년 4월에도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총알 2발이 발견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경찰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총기에 쓰이는 탄알로 추정하고 출처 파악에 나섰지만, 일주일 뒤 모형 총탄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모형 총탄과 달리 장난감 총은 '컬러파트'(color parts)가 고정돼있지 않으면 총포화약법상 '모의총기'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컬러파트란 진짜 총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총구와 총열 등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원색 부품입니다.

현행 총포화약법은 모의 총포의 제조·판매·소지를 금지하고 있으나 모형 총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모형 총탄이 실제 범죄에 악용되기 전 선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학교 법경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아무런 규제가 없는 모형 총탄은 총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하고 실탄과의 혼동을 불러일으켜 범죄에 악용할 위험이 있다"며 "공공장소에서 모형 총탄의 소지를 금지하거나 미성년자 구매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