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크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운영하는 구호품 배급소를 방문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의 최근 가자지구 방문을 두고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구호단체 사이에서 '홍보용 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시각 2일 NBC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미국 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운영하는 구호품 배급소를 방문했습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동행했습니다.
위트코프 특사는 소셜미디어 X(엑스·구 트위터)에 이번 방문의 목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명확히 전달하고 식량과 의약품 지원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허커비 대사는 가자지구 방문 뒤 X에 "GHF는 지난 2달간 100만 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과 현지 자원봉사자 등은 이번 방문이 GHF 홍보용 이벤트였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GHF의 식량 배급 과정이 혼란과 약탈 등으로 얼룩져 있고, 앞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굶주린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점에서입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자원봉사 중인 미국인 간호사 엘리 버고스는 NBC 인터뷰에서 "이건 홍보용 쇼였다. 이스라엘군이 감독하고 지휘한 방문이었다. 그들이 본 것은 현실이 아니다"라며 "식량은 여전히 구하기 어렵고, 식량 배급 현장에선 여전히 사람들이 총격을 받고 폭력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트코프 특사의 방문 당일에도 가자지구 전역에서 92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51명은 구호 식량을 받으려다 사망했다고 나세르 병원의 모하메드 사크르 간호국장은 전했습니다.
주민 모하메드 사닥(47)은 "우리는 식량을 받으려 했을 뿐인데 탱크가 다가왔고, 우리에게 계속해서 총을 발사했다. 총은 탱크에서, 때로는 드론에서 발사됐다"고 말했습니다.
허커비 대사는 GHF가 제공하는 식사 배급량이 하루 100만 끼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가자지구 인구가 대략 2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한 사람당 하루에 절반의 끼니밖에 제공받지 못하는 셈이라고 NBC 방송은 지적했습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군과 민간업자들은 결함이 있고 군사화된 식량 배급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로 인해 구호물자 배급이 정기적인 유혈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의 구호식량에 6천만 달러(약 832억 원)를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절반인 3천만 달러(417억 원)만 정부 승인을 받았고, 그나마 실제 집행액은 300만 달러(41억7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