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예비역 연대로부터 항의받는 임성근 전 사단장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를 선언한 지 오늘(3일)로 한 달을 맞았습니다.
특검팀은 외압 의혹의 출발점인 'VIP 격노설'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반 수사력을 집중했고, 지난 2년간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 복심들의 입을 여는 데 끝내 성공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 결과에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전화로 질책했다는 격노설의 실체가 특검 수사 한 달 만에 밝혀진 것입니다.
다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수사 선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불법 청탁이 있었다는 구명 로비 의혹 수사는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딘 상태입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던 '비화폰'이 구명 로비 연락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최근 확보한 비화폰 통신내역 분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면서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입니다.
박정훈 단장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이 같은 얘길 전해 들었다고 폭로했지만, 박 단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왔습니다.
특검팀은 국가안보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당시 회의 참석자를 7명으로 특정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전 경호처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입니다.
특검팀은 지난달 11일 김 전 차장 소환을 시작으로 14일 이 전 비서관, 15일 왕 전 비서관, 25일 임 전 비서관, 29일 조 전 실장을 차례로 소환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국회 청문회와 법정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해 왔지만, 특검 조사에선 모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특히 회의에 끝까지 남아 있던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 후 이 전 장관에게 회의실 전화기로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며 질책하는 모습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도 관련 진술이 잇따르자 뒤늦게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달받았을 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윤 전 대통령과 2분 48초간 통화한 직후, 김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채상병 사건 이첩 보류와 언론·국회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습니다.
결국 대통령 격노가 실재했고, 이 격노가 채상병 초동조사 기록 이첩 보류 지시로 이어졌다는 것이 특검 수사 한 달 만에 밝혀진 셈입니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혐의자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과정에 그를 살리기 위한 불법적 청탁이 있었다는 것이 구명 로비 의혹입니다.
특검은 김 여사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 여사를 통해 구명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전 대표 수사에 집중해왔습니다.
실제로 그가 당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 사퇴를 만류했다는 녹취도 공개됐습니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 임 전 사단장 등 관련자들 주거지를 동시다발 압수수색했고, 이들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메모지 등을 확보했습니다.
채상병 사건 당시인 2023년 7∼8월 이들의 통신 기록과 압수물들을 분석 중인데, 아직 구명 로비 시도로 볼만한 뚜렷한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를 고리로 한 구명 로비 수사와 별개로 개신교계가 채널이 됐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임 전 사단장과 아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데, 교계 원로들이 구명 활동에 관여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특검팀은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와 이영훈 목사,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소령),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교계는 특검 수사에 '종교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교계 구명 로비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통로로 지목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 고석 변호사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습니다.
이 의원은 대표적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였고, 육사를 나온 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입니기다.
특검팀은 최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임 전 사단장 등이 개인 휴대전화와 함께 '비화폰'도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입니다.
'VIP 격노설' 수사를 사실상 마친 특검팀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이뤄진 채상병 사건기록 무단 회수, 외압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2023년 8월 2일 임 전 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판단한 초동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항명이라며 사건 기록을 도로 회수했습니다.
이후 국방부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특검팀은 사건기록 회수에 관여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난달 31일 조사했고, 군사경찰에 혐의자 축소를 지시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도 최근 두 차례 조사했습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이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인력과 예산으로 외압을 행사한 의혹, 국가인권위원회가 군 요청을 받고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진정을 기각한 의혹 등의 수사도 최근 시작했습니다.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을 비롯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관련 '피의자 도피', 박 대령 표적수사 등 의혹들도 수사 대상입니다.
특검팀은 관련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후 의혹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해병특검법상 수사 기간은 총 60일이며 필요시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습니다.
최장 120일인 셈입니다.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했는데, 1차 수사 기간(60일) 절반이 이미 지났습니다.
특검 측은 현재 수사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한 차례 기간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