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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얘긴 없어" 아들 수사지휘서 들춰본 경찰…대법 "유죄"

대법원 현판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 대법원 현판

고소당한 아들의 사건 기록을 열람하고 전화해 "구속 얘기는 없으니 걱정 말아라"라고 말한 경찰관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일부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이 씨는 경기도 한 경찰서 청문감사관으로 재직하던 2020년 9월 같은 경찰서 수사과 소속 행정관에게 자기 아들이 사기로 고소당한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검사 수사지휘서를 열람하고, 아들에게 구속 등 신병 관련 수사지휘 내용이 없다고 말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씨는 아들로부터 "고소인이 온라인 카페에 내가 곧 구속된다는 글을 올렸다"는 말을 듣고 사건 기록을 확인하고선 아들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검사의 지휘내용에도 구속 이야기가 없어 구속될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 2심은 수사지휘서에 신병에 관해 아무런 내용이 없어 이 씨가 '구속 관련 얘기가 없다'고 말한 정도라면 이는 수사지휘서 내용과 무관해 기재 내용을 누설했다고 보기 어렵고 수사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 처리에 관해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검사가 구속수사를 고려하고 있는지 등 신병 처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충분히 추단할 수 있는 정보로 수사지휘서 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수사지휘서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기관에서 현재 범죄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해당 사안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 추측하고 그에 맞춰 수사에 대응하는 등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관인 피고인이 소속 경찰서에서 자기 아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수사지휘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아들에게 알려준 것은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해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아들 사건 담당 수사관에게 "아들은 죄가 없다"고 말하며 조사 일정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해 직무권한을 남용한 혐의도 받았는데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선 "부정한 청탁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청문감사관으로서 직무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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