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으름장에 '핵 위협'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좀비가 지배하는 세상을 다룬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를 떠올려야 한다면서 옛 소련의 자동 핵 공격 시스템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설적인 '데드 핸드'(Dead Hand)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데드 핸드는 적의 참수 공격으로 러시아의 지도부가 무너졌을 경우 핵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러시아의 명령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는 "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옳고, 자신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메드베데프 부의장을 "자신이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실패한 러시아의 전 대통령"이라고 지칭하고, "그는 매우 위험한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고 경고한 지 3시간도 되지 않아 나왔습니다.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후 총리를 거쳐 현재는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라는 다소 상징적인 자리에 앉은 메드베데프는 정치적 위상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셜미디어상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관세 제재 유예 시한을 10일 또는 12일로 줄이겠다고 말했는데,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때도 "트럼프는 러시아와 최후통첩의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즉각적으로 반발했습니다.
그는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새로운 각각의 최후통첩은 전쟁을 향한 위협이자 발걸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그의 나라(미국)와의 전쟁"이라고 강도 높은 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지난 6월에도 미국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비판하며 "여러 국가가 이란에 핵탄두를 공급할 준비가 됐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이런 행보에는 여러 목적이 내포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저지하려고 종종 핵 카드를 꺼내 들며 위협 수위를 높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는 핵 수사를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종전 의지 부족에 좌절감을 느끼고 제재 카드로 압박을 높이자,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친서방 자유주의자'를 자처했던 과거 때문에 크렘린 내부 권력 다툼에서 취약해진 상태에서 푸틴의 '공격견'을 자임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메드베데프 부의장과의 다툼이 유용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의 정치학 전문가 그리고리 골로소프 교수는 양측의 소셜미디어 공방은 '공생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푸틴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골로소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으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타결하길 여전히 바라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메드베데프가 완벽한 타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