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있다.
"미국을 설득하려면 복잡한 설명보다 직관적인 그림 한 장이 필요하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결정적 돌파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한미 조선 협력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한 장의 '그림'으로 미국 측에 강력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마스가'라는 이름과 '그림' 한 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오랜 고민과 전략이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명칭은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김 모 과장과 이 모 팀장 등 실무진의 오랜 협의 끝에 탄생했습니다.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제시할 한미 조선 협력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한 번에 귀에 박히는 슬로건을 만들면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이를 위해 오랜 시간 숙고했다고 합니다.
한미 조선 동맹을 상징하는 의미의 '코러스 파트너쉽'(KORUS Partner-Ship) 등도 후보군에 올랐으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정치 구호를 내세워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맞춤형 구호로 내놓은 '마스가'가 결국 채택됐습니다.
실무진은 이 외에도 조선인력양성프로그램을 '쉽빌딩 마스터 아카데미'(Shipbuilding Master Academy)로 명명하는 등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네이밍에 주력했습니다.
미국 측 시선을 사로잡은 한 장의 '그림'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전략적 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방미 출국 전날 김 장관은 한미 협상 관련 조선 부문 전략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직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그림이 한 장 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습니다.
복잡한 자료를 제시하기보다 직관적인 그림 한 장이 미국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김 장관의 판단이었습니다.
김 장관의 지시에 실무진은 에어컨 꺼진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밤샘 작업을 하며 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스가' 패널 외에도 'MASGA' 문구를 새긴 모자도 준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자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 붉은색 모자에 흰 글씨를 새긴 'MAGA' 모자를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 미국에 도착한 협상팀은 본국에서 보내온 그림 파일을 받아 현지에서 출력했습니다.
그리고 가로세로 1m 크기의 스티로폼 패널에 붙여 워싱턴 DC 미 상무부 청사로 옮겼습니다.
이동 중 패널 내용이 미리 유출되지 않을까 봐 호텔에서 식탁보를 빌려 패널을 감쌌고, 스티로폼 패널이 부러질까 우려해 조심조심 협상장으로 옮겼습니다.
이 패널에는 한국과 미국 지도 위에 조선소 등 생산 거점이 표시됐습니다.
아울러 현재 조선 생산량 및 건조 능력과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향후 투자 계획 등이 담긴 숫자가 다이어그램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표현됐습니다.
협상장에서 천을 벗기고 '마스가 패널'이 드러나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김 장관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입에서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통상 관계자는 "첫 협상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관심을 받으면서 조선 협력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고, 이를 진전시키기 위해 러트닉 장관이 뉴욕 자택으로 협상단을 초청하는 등 회의가 급물살을 타며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