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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사진 보여줘"…쌀·소고기 개방 막았다

<앵커>

어제(31일) 타결된 관세 협상에서 우리 협상단이 소고기와 쌀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순 없다고 설득한 주요 전략 중 하나는 2008년 광우병 사태의 맥락을 이해시키는 거였다고 합니다. 우리 협상단이 끈질기게 당시 시위 사진을 들이밀면서 단순히 식량 수입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란 걸 잘 설명했단 겁니다.

정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던 농민단체 회원들은 협상 결과가 전해지자 안도했습니다.

[정영이/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 긴장이 됐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조마조마했는데 그나마 오늘 아침에 발표된 그 내용으로는 먹거리 부분에서는 안심이 됩니다만.]

정부는 처음부터 쌀과 소고기 분야를 내줘서는 안 될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을 정도로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부처 간에 고성이 오가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농업 분야에서 99.7%를 개방하고 있고, 특히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빼고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고 압박했습니다.

우리에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EU가 농산물 일정 부문을 양보했다는 점도 부담이었습니다.

협상단의 마지막에 꺼내든 건 농식품부 수습 사무관이 모아놓은 2008년 광우병 집회 사진이었습니다.

100만 명이 운집해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정권 퇴진을 외치는 장면을 러트닉 상무장관과 미국 무역대표부 관계자들에게 걸어가면서도 보여주며 정치적 민감성을 호소한 겁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출범한 지 50일밖에 안 된 정부라는 점과 한국 농축산업의 특이성과 민감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정치적 민감성, 우리의 어떤 역사적 배경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우리는 그쪽을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농축산물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정부가 밝힌 이후 최근 국내에서 확산한 농민 집회 상황을 미국 측도 면밀히 관찰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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