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에서 교제 살인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대전에서 교제살인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경찰에서 '(피해자가) 나를 무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31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20대 A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주장을 여러 번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내가 잘못했다, 내가 죽일 놈, 내가 나쁜 놈"이라는 자기 비하성 발언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범행 전에 미리 구입한 것으로 확인돼 계획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초기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이날 A 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해제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음독한 탓에 병원에 입원한 A 씨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A 씨가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A 씨 신상 공개 여부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달 28일 피해자인 30대 B 씨 명의로 공유 차량을 빌렸고, 이 차를 타고 범행 장소를 벗어났습니다.
그러다 공유 차량을 버리고 도보로 도주한 뒤, 평소 자신이 타고 다녔던 피해자 명의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도주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A 씨 행적은 범행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이후 대전 서구 한 곳에서 포착된 뒤 사라졌습니다.
신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다음날 A 씨가 피해자 장례식장에 나타났던 것을 알고 다시 추적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 서구 장례식장에서 B 씨 빈소를 수소문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장례식장 관계자가 오전 10시 39분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경찰은 A 씨가 장례식장에 타고 온 K5 렌터카를 확인하고 업체에 GPS 추적을 요청했습니다.
신고 후 약 한 시간 지난 오전 11시 45분 "노상에 차량이 서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고, GPS 추적을 하며 A 씨를 쫓던 경찰은 비슷한 시간 A 씨를 중구 산성동 한 지하차도 인근에서 긴급체포했습니다.
범행 직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4시 20분 제초제를 미리 사놨던 A 씨는 경찰이 오기 전 차에서 이를 마셨고 차량 바깥에 구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는 장례식장을 벗어난 후 술을 마셨고,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운전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장을 벗어난 후 A 씨는 정차하지 않은 채 인도로 주행하거나 역주행하는 등 위험 운전을 이어갔습니다.
A 씨가 탄 렌터카의 앞바퀴가 빠지고 뒷바퀴가 터졌을 정도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도주하면서 잠도 안 잤던 것 같고, 검거 전 막걸리를 마신 후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교제를 이어가던 A 씨와 피해자가 지난해 11월 이별한 것으로 추정하고, A 씨가 현장에 흘리고 간 휴대전화를 포렌식 작업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지난달 29일 정오 대전 서구 한 주택가 골목에서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24시간 만인 이튿날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B 씨 부검 결과 사인은 '예리한 흉기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A 씨가 몸을 회복하는 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 계획범죄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