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이 44만 가구에 달합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국내에 거주한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차별을 경험하고, 차별을 겪어도 대부분 참는다고 답했습니다.
정성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아제르바이잔인 라힐 씨는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취업, 결혼, 출산을 거치며 17년째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법무부에서 이민자들의 멘토 역할을 할 정도로 잘 지내지만, 5살배기 딸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바 라힐/17년째 한국 거주 : 혹시나 아이가 커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 좀 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아이를 누가 따돌리지 않을까, 그 걱정이 제일 커요 사실은.]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가족 실태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차별을 받았다는 답변은 13%에 달했습니다.
[아마도바 라힐/17년째 한국 거주 : (근로자들이) 차별을 겪었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말을 못 알아들어서 여기에 대한 상사의 그런 반응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아니면 피부색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대부분의 차별은 직장이나 거리, 동네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이뤄졌고, 10명 중 8명은 차별을 당해도 '그냥 참는다'고 답했습니다.
다문화 가족 자녀들의 경우에는 4.7%가 차별을 겪었는데, 3년 전 코로나 시기 2.1%에 비해 오히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가정 폭력 실태도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참고 넘겼다"고 답했습니다.
[이재웅/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과장 : 폭력 피해 이주 여성 상담소가 있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 연계해서 상담도 받을 수 있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도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국내 거주 기간이 15년 이상인 가구가 52.6%일 정도로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만큼 인식 개선과 맞춤형 지원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윤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