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의 관세도 15%로 정해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까지 모두 같은 관세율로 동일 선상에 섰지만, 그동안 우리 자동차들은 한미 FTA에 따라 관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커진 셈입니다.
자세한 내용, 홍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 차는 20만 6천 대의 투싼입니다.
현지 가격은 2만 8천705달러, 미국 시장 최대 경쟁 차종인 일본 토요타의 라브4보다 2.9% 저렴합니다.
이런 가격 경쟁력의 배경엔, 한미 FTA에 따라 관세가 전혀 없었던 점도 한몫했습니다.
일본과 EU는 그동안에도 2.5%의 차량 관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미 관세 합의로 표면적으론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대 라이벌 관계인 한국과 일본, EU 자동차 업체들은 모두 15%라는 똑같은 품목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미 FTA로 인한 종전의 상대적인 관세 이점이 사라져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커진 건 사실입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아쉬운 부분입니다. 15%인데,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자동차 관세) 12.5를 주장했으나 거기까지는. 그렇게 해주면 유럽 같은 경우에도 다 그냥 15%예요.]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대수 대비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은, 토요타와 혼다, 닛산 같은 일본 업체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를 신경 쓸 필요 없이 현지에서 만들어 파는 물량이 훨씬 더 많다는 뜻입니다.
경쟁국과 같은 15%의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현지 생산 비율이 낮은 한국 업체들의 부담이 더 큰 겁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올 초부터 멕시코 공장 생산 물량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하는 등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지화가 가속되면,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김경유/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현지 생산 확대하면 기업들은 관세를 우회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는 생산을 해서 보내야 이쪽에서 공장 가동률도 유지가 되고 고용도 유지가 되는데.]
이번 합의로 미국의 안전 기준과 환경 기준에 맞춰 생산된 자동차와 트럭이 우리 시장에 추가 요건 없이 수입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이연준·강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