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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대출 규제 한 달…꼬마빌딩 매수심리 '꿈틀'

초강력 대출 규제 한 달…꼬마빌딩 매수심리 '꿈틀'
극심한 침체를 겪던 오피스텔과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이후 일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 원으로 제한된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상가는 6억 원 한도 제한이 없어 투자수요의 관심이 종전보다 늘어난 것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경제 상황을 둘러싼 대내외 불투명한 변수들이 많아 회복 속도는 더디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근래 꼬마빌딩이나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단기 고점은 2020∼2021년이었습니다.

당시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뛰면서 아파트 대체재인 오피스텔과 자산가들의 인기 투자처였던 꼬마빌딩의 매수세가 급증한 것입니다.

2021년 11월 법원 경매에 나왔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토지면적 168.5㎡,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한 근린생활시설은 꼬마빌딩의 경매 역사를 새로 쓴 사례로 꼽힙니다.

무려 120명이 응찰해 감정가(52억1천900여만 원)의 2배에 육박하는 102억5천100만 원에 주인을 찾은 것입니다.

낙찰가율은 196.42%로 꼬마빌딩 경매에서 보기 드문 고가 낙찰입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당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기도 했지만 꼬마빌딩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매물이 씨가 마르자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가 경매 시장에 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1년 서울지역 근린시설의 평균 낙찰가율은 125.3%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속출하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외면받게 된 것입니다.

주택과 달리 대출·청약 등에 규제가 없어 인기를 끌어온 오피스텔의 투자 열기가 꺾인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고금리에 미분양이 늘고,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분양 물량이 급감했습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기피 현상에 수요가 감소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사·개발회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오피스텔 공급 감소를 부채질했습니다.

오피스텔 수요 감소는 거래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총 1만966건으로, 2021년(1만9천930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올해도 7월 말 현재까지 신고 건수가 7천727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시장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꼬마빌딩이나 오피스텔은 주택과 달리 6억 원 대출 한도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일레븐건설이 서울 용산 유엔사령부(UN사) 부지에 건설(시공 현대건설)하는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는 지난 15일 진행된 청약에서 총 775실 모집에 1천296건이 접수되며 평균 1.67대 1, 최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오피스텔은 분양가가 최저 32억 원대부터 최고 185억 원(펜트하우스)에 달하는 '하이엔드급' 오피스텔로, 한국형 센트럴파크로 조성될 용산공원 정면에 위치해 대출 규제 이후 초고가주택 수요를 흡수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의 정당 계약기간 내 초기 계약률은 20∼30% 선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공급물량이 많은데 높은 분양가로 수요는 제한적이고, 규제지역이어서 분양권 전매도 금지되는 것을 감안할 때 양호한 성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가격에 일반 아파트로 분양됐다면 잔금 대출이 6억 원으로 제한돼 분양이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용산공원 특수를 누릴 유엔사 부지에 짓는다는 상징성이 있어 외국계 법인이나 사업가·연예인 등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파르나스호텔이 위탁 운영을 맡는 강원도 낙산해수욕장의 생활형 숙박시설 '인스케이프 양양'의 분양에도 최근 변화가 감지됩니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분양률이 답보상태였으나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 상품은 중도금 무이자가 적용되고, 준공 시점에 2금융권을 통해 분양가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6·27 규제 이후 침체했던 꼬마빌딩 시장도 꿈틀거릴 조짐입니다.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은행 상담센터나 중개법인에는 꼬마빌딩 투자 문의가 종전보다 증가했습니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주택 대출이 막히고,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최근 들어 대출 규제가 덜한 꼬마빌딩 등 근린상가 매수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다만 아직은 급하게 매수를 결정하진 않고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중개법인 관계자도 "다가구 등을 매수해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하면 6억 원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아 꼬마빌딩 신축 문의가 늘었다"며 "싼 매물 위주로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6·27 대출 규제의 반사이익에도 불구하고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피스텔은 대출 규제에는 빠져 있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돼 새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에는 현재 실물 경기가 좋지 않고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며 "자산가들의 관심 대상인 꼬마빌딩부터 수요가 늘 수 있지만 오피스텔로 확산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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