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정부가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중 최고 수준인 '50% 관세 폭탄'에다가 연방대법관 제재라는 미국의 강공에 맞서 맞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라는 취지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다만, 미국 내 관련 업계와 내수시장 등에서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브라질산 항공기 부품·석유·오렌지 주스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팩트 시트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미국 측 결정에 대응한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호제리우 세론 브라질 재무부 장관은 이날 현지 취재진에 "우리는 합리적이고 기술적으로, 그리고 적절한 방식으로 비상계획을 수립해 다듬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한 미국 관세 정책은 예상보다는 온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관세 인상 배경엔 무역 문제가 아닌 정치적 성격이 있다"고 비판했다고 G1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유 중 하나로 "브라질 정부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수천 명에 대한 정치적 탄압, 협박, 괴롭힘, 검열, 기소에 따른 법치주의 훼손"을 제시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이른바 '관세 서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국제적인 불명예"라거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면서 50% 관세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50% 관세 폭탄과 더불어 이날 미 재무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하는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브라질 법무부는 곧바로 "우리 사법부에 대한 협박 시도를 강하게 규탄한다"며 "지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제재는 자의적이며 정당화할 수 없는 조처"라며 강한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브라질 언론 G1은 미국의 50% 관세폭탄이 이미 대미교역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브라질 무역 수지와 브라질 국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협상단이 미국에서 카운터파트와 접촉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브라질 당국에서 집계한 대미 교역 누적 적자 규모는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02억 달러(124조 원 상당)에 이릅니다.
룰라 대통령은 "문명국에서는 대화해야 한다"며 미국과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시도를 이어가면서도 각종 인터뷰와 대중 연설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발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는 이날 공개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0% 관세를 무기 삼아 2억여 명의 브라질 국민을 위협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그(트럼프)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사안이 심각하다고 해서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행사에서는 '브라질은 브라질 국민의 것'이라는 글자를 인쇄한 모자를 쓴 채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용어('그링고'·Gringo)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룰라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룰라 대통령이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를 향해 "꼬리를 흔들거나 '아이 러브 유'(사랑한다)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때문에 브라질 현지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맞서 맞불 관세 부과를 위시한 강공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입법·사법·행정부 내 분위기 역시 협상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20여년 전과 달리 전체 교역에서 미국의 비중이 작아졌다"는 점을 들어 룰라 대통령의 '항전 의지'에 큰 이견을 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1998년부터 브라질에 거주하며 현지 중앙은행에서 선정(2021년)한 혁신 스타트업(핀테크)을 운영하는 이재명 클라비(KLAV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브라질은 언제나 자주성과 실용성을 금과옥조로 여겨 왔다"며 "특히 외교적 측면에서 이 철학은 일관성 있게 실현됐다는 역사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 COO는 "브릭스(BRICS)나 아마존 환경 문제 등 그 어느 주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던 게 룰라 정부"라며 "내년 브라질 대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관세는 (보우소나루 측에) 절대 우호적인 게 아니며, 노련하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룰라는 이를 국내 정치와 국제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