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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교제살인' 20대 남성…피해자 장례식장 찾았다 잡혀

'대전 교제살인' 20대 남성…피해자 장례식장 찾았다 잡혀
대전 도심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하루만인 30일 경찰에 붙잡힌 남성이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0대 A 씨는 지난 29일 낮 12시 8분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에서 흉기를 휘둘러 전 연인이었던 30대 B 씨를 살해했습니다.

주택가에서 소지하고 있는 흉기를 갑작스럽게 꺼내 휘두른 후 도주했다는 점에서 A 씨의 행각은 우발적 범행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범행 직후 A 씨는 현장에 칼과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린 채 골목길로 도주했습니다.

곧바로 그는 인근에 주차해 놨던 공유자동차를 타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차량은 범행 전날 A 씨가 빌린 것인데, 주차해 둔 장소가 피해자 주거지 인근이라는 점에서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몇 시간 뒤 A 씨는 대전에 공유자동차를 버리고 오토바이로 이동 수단을 갈아탔습니다.

이 오토바이는 A 씨 소유가 아니었지만 평소 A 씨가 타고 다녔다고 합니다.

공유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미리 준비해 뒀다는 점, 이동 수단을 바꿔가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는 점 모두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했으나 A 씨가 서구 관저동으로 이동한 이후 CCTV가 끊기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적은 무모함에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A 씨는 범행 당일 밤 피해자인 B 씨 빈소가 마련된 서구의 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A 씨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렌터카인 K5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탓인지 그의 행적은 무모할 정도로 대담했지만 빈소 방문 사실이 신고로 드러나면서 꼬리를 밟히게 됐습니다.

경찰은 CCTV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이 승용차를 쫓았고, 하루만인 30일 오전 11시 45분 대전 중구 산성동의 한 도로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A 씨는 검거 직전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제초제를 음독하기도 했습니다.

운전석에서 내리자마자 A 씨는 구토했고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검거됐지만 사전 조치만 철저했더라도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 피해자인 B 씨가 A 씨에게 교제 폭력을 당했는데, 피해자 조사에 응하지 않고 경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서 사건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A 씨는 여자친구인 B 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해 업무상 공무 방해 등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B 씨에게 스마트 워치 지급 등 보호조치를 안내했지만, B 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경찰은 법원에 접근금지 등의 잠정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에도 범죄 예방 모니터링 차원에서 경찰이 B 씨에게 세 차례 연락했으나 B 씨로부터 별도의 회신이 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달 전 사건에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지 않았거나, B 씨가 스마트 워치를 지급받았더라면 참극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교제 폭력 이후 한 달간 A 씨 행방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A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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