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민신청 여성
전 남편의 심각한 폭행에도 자국 경찰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튀니지 여성에게 난민법상 심사불허 규정인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심사 자체를 거부한 출입국 당국 결정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난민법상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는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소극적 요건이며, 따라서 행정청이 소극적 요건으로서 조항을 해석·적용할 때는 신청자의 절차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해당 요건과 관련해선 ▲ 이유 없음이 명백히 드러날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그 주장의 이유 없음이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증명 책임은 행정청에 있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권리발생 사실의 입증책임은 주장하는 쪽(채권자·원고)에 있습니다.
심사 회부 권한을 지닌 당국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늘(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튀니지 국적 A(26)씨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23년 8월 의료 사증(비자)로 튀르키예에 입국해 체류하다가 같은 해 11월 출국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입국목적이 불분명하다며 그를 입국 재심실(조사실)로 안내했습니다.
A 씨는 "튀니지에서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해 심각한 폭행을 당해 이혼했고, 이혼 후에도 계속 괴롭힘을 당했는데 튀니지 경찰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송환되면 신분을 이유로 박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출입국청은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또는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로 시행령상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심사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