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이민당국에 구금된 김태흥 씨(맨 오른쪽)가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국적의 40대 과학자가 한국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당국에 붙잡혀 수일째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간 29일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에 따르면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 김태흥 씨는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중 '2차 심사' 명목으로 붙잡힌 뒤 이날까지 8일째 당국 시설에 구금돼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 씨는 다섯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지금까지 35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으며, 텍사스의 명문 주립대로 꼽히는 A&M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초순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갔다가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혼자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영문도 모른 채 억류됐다고 미교협은 전했습니다.
김 씨의 변호인은 당국이 그를 왜 구금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지난 25일 어머니와 짧은 통화를 허용한 것 외에는 김 씨가 변호사와 상담하거나 가족과 연락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지만,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의 사연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도 보도됐는데, 이민·출입관리 당국인 세관국경보호국 대변인은 이 신문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신분에 어긋나게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출두 통지가 발령되고, 세관국경보호국은 이민세관단속국 집행추방작전부와 구금 공간을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범죄 경력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는 불법 이민자들뿐 아니라 유효한 체류 비자나 영주권을 소지한 합법 이민자들까지 휩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의 변호인은 "김 씨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연구자임에도, 헌법까지 어기며 연행한 사실에 분노한다"며 "정부 관계자는 김 씨의 변호사 접견을 거부하면서 미국에서 35년을 살아온 이에게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교협은 만성 천식 환자인 김 씨가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며 현재 약을 제대로 공급받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 단체는 "규정상 억류 최대 기간이 72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법령을 무시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런 장기간의 구금과 변호사 접견 불허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교협 관계자는 "현재 미국 정부의 이민자 단속은 사실상 무법지대"라며 "법률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