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김밥 한입에 먹기." (Eating gimbap in one bite·틱톡 이용자 'mas***')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을 타고 김밥이 다시 한번 도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케데헌 주인공들이 김밥 한줄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해외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습니다.
틱톡 해외 이용자 'wee***'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루미의 김밥"(Rumi's kimbap from K-Pop Demon Hunters)이라며 올린 관련 영상이 44만2천 회의 조회수와 1만1천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같은 '김밥 한입에 먹기' 챌린지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김밥'(gimbap) 관련 게시글과 영상이 쏟아집니다.
29일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gimbap' 해시태그가 18만 건 이상 등록됐으며, 틱톡에서도 관련 영상이 1만7천 건을 넘겼습니다.
인스타그램 해외 이용자 'coo***'가 쌀을 씻고 단무지, 시금치 등 재료를 손질하는 '김밥 요리' 영상은 릴스에서 조회수 2천236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일주일 전쯤 처음으로 먹어 봤는데 중독됐다"(I've had this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about a week ago, and I am obsessed), "나도~~ 먹고싶다"(I want some tooooo), "레시피를 알려 줄 수 있나요"(Can you give the recipe) 등의 영어 댓글이 달렸습니다.
앞서 김밥은 2023년 '냉동 김밥'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강타했습니다.
미국 식료품점 '트레이더조스'에 냉동 야채 김밥이 출시 몇 주 만에 품절됐는데, 당시 한국계 미국인 세라 안 씨가 올린 영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안 씨가 틱톡에 올린, 냉동 김밥 제품을 데워 시식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1천100만여 회를 기록했습니다.
29일까지 누적 조회수는 1천408만 회입니다.
댓글은 4천여 개가 달렸는데 대부분 한인 외 미국인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김밥에 호기심을 표하는 반응입니다.
이러한 뜨거운 반응은 김밥 수출로 이어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김밥과 즉석밥 같은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4% 증가한 4천4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쌀 가공식품 수출액 증가율이 51.0%로 가장 가팔랐습니다.
또 지난해 9월 풀무원은 국내 식품기업 중 처음으로 중국에 있는 대형 마트 샘스클럽에 냉동 김밥을 수출했습니다.
포장지엔 'K-스트리트 푸드'(K-STREET FOOD)라는 문구를 넣어 한식임을 강조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WP)에 '어떻게 한국의 김밥은 위안을 주는 음식에서 글로벌 센세이션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와 함께 주인공의 아침 식사였던 김밥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밥이 인기를 끌자 원조가 어디냐를 놓고 논쟁이 일기도 합니다.
김밥은 '한식'으로 분류되지만, 일본 마키스시의 일종인 '노리마키'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이라는 역사적 해석도 존재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오늘날의 김밥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김초밥'이 우리나라 방식으로 발전한 음식입니다.
1925년 12월 10일 자 조선일보 '물건 살 때의 여러 가지 주의' 기사에는 "일본김밥을 만들려면 굵은 쌀을 구입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1930년 3월 7일 자 동아일보 '부인의 알아둘 봄철 요리법(2)' 기사에는 '김쌈밥'(노리마기스시)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1977년 노리마키를 '김밥'으로 순화해 부르는 것을 제안하면서 점차 노리마키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김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이런 기록들로 인해 김밥이 일본 음식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참기름을 바르는 김밥은 식초를 쓰는 노리마키와 다르며 이는 라면과 라멘의 차이와 같다는 반론이 맞섭니다.
현재 세계 시장을 강타한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멘과 분명히 다르고, 그렇기에 한국 라면을 일본 라멘의 '짝퉁'이라고 하지 않듯 김밥의 원조가 일본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한국의 김 식용 역사가 '삼국유사'(1281년) 등에 언급되는 등 일본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점도 김밥의 일본 원조설을 반박하는 근거로 제시됩니다.
구성이 비교적 간단한 노리마키와 달리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김밥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상진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김밥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식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속재료에 따라 영양학적 균형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햄을 덜 넣고 채소를 보강하는 등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1990년대 김밥 전문점이 생겨나고 종류도 다양해진 가운데, 서민 음식이었던 김밥의 가격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 가격은 2022년 7월까지만 해도 2천 원대였으나, 같은 해 8월 3천 원대로 뛰었습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3천323원이었으나 11월엔 3천500원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해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 중 가장 높은 상승률(5.3%)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김밥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인 동시에 식중독 위험이 커지는 여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지난 9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김밥집 손님 130여 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논란이 이는 등 김밥 관련 식중독 사고는 여름철마다 등장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름철 김밥을 만들 때 위생 장갑 착용·냉장 보관·2시간 이내 섭취 등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덥거나 습한 환경에서는 세균 번식이 쉽다"며 "김밥은 조리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위생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