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 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오늘(29일) 언론 백브리핑을 열고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60대 남성 A씨가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은 A씨를 같은 가족으로 생각하고 잘해줬지만, A씨는 모든 책임을 가족들에게 전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A씨와 전 아내는 25년 전에 이혼했지만 명절과 생일날 찾아가 도리를 다했고, A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다른 가족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다른 가족이 자신을 따돌리고 소외한다는 망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앞서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부분이 범행 동기는 아니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가족이 짜고 나를 셋업한 거지(함정에 빠트린 거지)"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1998년 다른 범죄로 구속 수감됐을 당시 전 아내와 협의 이혼을 했다"며 "외견상 특별한 불화나 갈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고 생활비와 통신비 등이 계속 지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립감에 사로잡힌 A씨가 망상에 빠져 지난해 8월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또 A씨가 범행 당시 아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며느리, 손주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다른 4명도 모두 살해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도망간 외국인 가정교사를 추적하며 총을 쏘려 했다"며 "집 안에 있는 다른 가족에게도 총을 겨누며 '이리 와'라고 말한 것을 봤을 때 신고를 못하게 하려고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의 서울 도봉구 집에 사제폭발물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폭발물사용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지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A씨는 지난 20일 밤 9시 31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쏴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범행 당일은 A씨의 생일로, 아들이 잔치를 열면서 며느리와 손주 2명, 외국인 가정교사가 함께 집에 있었습니다.
범행 이후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습니다.
사제 폭발물엔 살인 범행 다음날인 21일 정오로 발화 타이머가 설정돼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