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서 사제 총기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
생일잔치를 열어 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1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면서 사전에 사제총기와 폭발물이 작동하는지 실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60대 남성 A 씨는 지난 20일 저녁 7시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30대 아들 B 씨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생일을 맞은 A 씨를 위해 B 씨가 생일잔치를 열면서 B 씨의 아내와 자녀 2명, 외국인 가정교사도 함께 있었습니다.
A 씨는 생일잔치를 하던 중 편의점을 다녀오겠다며 주변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렌터카로 향한 뒤 사제총기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A 씨는 현관문을 열어준 B 씨의 가슴과 복부를 향해 사제총기를 두 차례 발사했습니다.
B 씨의 아내와 자녀들이 A 씨를 피해 다른 방으로 도망치자 A 씨는 "너희들 다 이리 와라. 조용히 해라"라고 말하며 이들을 쫓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른 방에서 모친과 영상통화를 하던 외국인 가정교사는 총소리를 듣고 집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A 씨는 가정교사를 쫓아가 사제총기를 두 차례 발사했는데, 한 발은 현관문 도어락을 맞혔고 한 발은 불발됐습니다.
그 사이 B 씨의 아내는 자식들과 함께 방으로 숨었고, A 씨는 총기를 재장전하며 B 씨 가족이 숨은 방 앞에서 대치했습니다.
그러던 중 B 씨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를 듣고 아파트를 빠져나왔습니다.
A 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19일 오후 5시부터 범행 약 2시간 전인 다음날 오후 4시 50분쯤까지 자신이 사는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 시너 34리터를 9개 용기에 나눠 담고 점화장치를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다음날인 21일 정오로 점화 타이머를 설정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우연히 보게 된 사제총기 제작 영상을 참고해 총기 제작에 필요한 파이프 손잡이 등을 구매했습니다.
A 씨는 총기를 만든 뒤 소음으로 범행 계획이 들통 날 것을 대비해 탄환의 장약을 빼고 실제 격발이 되는지 실험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폭발물을 제조해 불을 붙여보는 실험도 하면서 범죄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달엔 자신의 집에 방화할 목적으로 타이머와 콘센트, 시너, 전선 등 인화성 물질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살인,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 혐의로 A 씨를 내일(30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범행도구 제작법을 습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등 약 1년에 걸쳐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세웠다"며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폭발물 위력의 분석 결과에 따라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를 폭발물사용죄로 변경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