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스타머 영국 총리와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경계가 없는 식량 센터를 세울 계획"이라며 "우리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자지구에 기아는 없다'고 주장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뚜렷하게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TV를 통해 가자지구 아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걸 봤다며 이는 진짜 굶주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가자지구의 식량 부족은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며 식량이 확실히 전달되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굶주림보다는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난하는 데 주력하던 태도에서 크게 변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네타냐후 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 가자지구의 기아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4일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구호품 제공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을 때 역시 "그가 뭐라고 하든 중요치 않다"면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선회한 배경에는 유럽 정상들의 설득 노력이 자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스타머 총리는 시각 자료까지 동원해 가자지구의 참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적이고 감각 중심적인 스타일을 겨냥한 접근법을 택한 셈입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기아와 관련한 이미지를 포함한 견딜 수 없는 참상과 가자지구의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지도자들과 일련의 회담을 가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세계 지도자들의 절박한 표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고 짚었습니다.
나아가 가자지구의 악화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어린이 5명 중 1명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탈피해 국익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신념인 만큼 그의 가자지구 지원 '공언'이 지켜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무대에서 거래 중심적인 접근법을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의 기아 사태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이 21세기 인도주의 위기에 맞설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신문은 "전쟁이 야기한 인도적 문제에 대응해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