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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몇 백억 달러" 트럼프 속내?…막바지 몰린 한국 (풀영상)

<앵커>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28일), 협상 상황에 대해 중간보고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실은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우리가 미국 측에 조선업 협력을 제안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막판 협상을 위해 내일 미국으로 출국합니다.

첫 소식, 강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민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오후 미국 현지에서 협상을 진행해 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게서 통상 협의 결과를 화상으로 보고받았습니다.

지난 주말 두 차례 진행된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제안된 '조선업 협력' 등을 포함한 여러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양국이 협의한 내용이 보고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는 선박의 공동건조와 상선과 함정의 유지·보수·정비, 즉 조선업 MRO가 포함된 걸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차세대 방산체계 관련 협력안이 포함된 사실도 파악됐습니다.

무인기용 항공모함, 무인 잠수함, 자율운항 선박 등의 건조를 위해 우리나라 인프라와 인력의 투입을 미국과 협력하겠단 내용입니다.

국가안보실이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회사들과 조선업 관련 한미 협력 방안을 조율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일부 언론은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이른바 'MASGA' 프로젝트를 우리 협상단이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실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협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업 협력을 포함한 전체 대미 투자 규모도 관건입니다.

일본이 5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GDP가 일본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점에서, 대미 투자 규모는 2천500억에서 3천억 달러 정도에서 합의가 가능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강유정/대통령실 대변인 :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최우선 원칙 아래 모든 내각과 대통령실이 '원팀'으로 총력대응하고.]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일 미국으로 출발해 현지 시간으로 오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막판 협상을 벌입니다.

미국에 머물던 김정관 장관 등도 미국 측 협상단의 일정에 맞춰 유럽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김남성, 영상편집 : 박춘배, 디자인 : 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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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무역의 80%는 바닷길을 통해 이뤄집니다. 미국 국적의 선박은 200척이 되지 않지만, 중국 국적은 7천 척이 넘습니다. 미국의 조선업은 수십 년간 쇠락해 사실상 자체 건조 역량을 상실한 반면에, '해양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조선산업 육성은 해군력 증강으로도 이어져 이 조선업이 미-중 패권 경쟁에도 핵심 변수가 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선박 건조의 28%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능력을 가진 우리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선 협력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식 해법'의 최적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김관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김관진 기자>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과거 해군 함정 건조를 시작으로 한 때 미국 조선업의 영광으로까지 불렸던 곳이지만, 쇠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한화오션에 인수됐습니다.

이후 한화 해운이 발주한 3천500억 원짜리 LNG 운반선을 수주하며, 미국 조선소로는 50년 만의 LNG 운반선 수주 기록을 세웠습니다.

실제 건조는 대부분 국내 옥포조선소에서 이뤄지지만, 현지 직원 양성과 기술 전수 과정 등 건조 능력을 단계적으로 이양할 예정이어서 한미 조선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HD 현대는 미국 조선해운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함께, 컨테이너 선박을 공동 건조하기로 하고, 자동화 솔루션, 로봇 용접 등 현지 인프라 확충 방안 등을 논의 중입니다.

이런 협력사례는 조선 산업 재건을 시도하는 미국입장에서,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올해 3월, 의회 연설) : 상업용 조선과 군사용 조선을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도 부활시킬 것입니다.]

특히, 일본이 자국 건조 역량 부족으로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어서, 공동건조와 기술이전, 인력 양성 등 삼박자 협력이 모두 가능한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김용환/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전후방 산업이 탄탄해야만 조선업이 융성을 하는데 미국은 그 부분이 붕괴가 돼 있어요. 그들의 니즈를 맞춰주면서 우리가 이익을 같이 찾아야만 오래 롱런이 가능하다….]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양측이 만족할 접점을 찾는 게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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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미국과 상호관세를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의 상호관세는 15%입니다. 이번에는 파리와 뉴욕을 차례로 연결해서 이번 협상 배경에 어떤 치밀한 계산이 있었는지, 지금 미국 분위기는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파리로 가보겠습니다.

곽상은 특파원, 유럽연합도 15% 관세율로 합의를 봤는데 대신에 미국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겠다고 약속했네요.

<곽상은 특파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 시간 오늘(28일) 새벽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만나 협상 타결을 발표했습니다.

15% 관세 부과 원칙에 합의하면서 현재 25%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에도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EU는 3년 동안 1천조 원이 넘는 미국산 에너지와,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830조 원이 넘는 추가 대미 투자도 약속했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으로 주력 상품인 자동차 시장을 지키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협상을 두고 유럽연합의 평가는 어떻게 나오고 있니까?

<곽상은 특파원>

EU는 급한 불은 껐다고 자평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 : 15%는 적지 않은 관세이지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선입니다.]

하지만 속내는 다릅니다.

미국이 던진 30%에서 15%로 관세율을 낮췄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관세율과 큰 차이가 없어 받은 것보다 준 게 훨씬 많습니다.

당장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가 "불균형한 협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직전 일본과 협상 때처럼 이번에도 EU가 제시한 관세율과 투자규모 등을 트럼프가 즉석에서 고친 것으로 보이는 문서도 포착됐습니다.

막판까지 몰아붙이는 특유의 협상 방식이 또 한 번 적용된 건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일찌감치 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중국과 연계해 더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은 게 뼈아프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양측이 합의를 발표했지만 의약품이나 반도체에도 15% 관세율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벌써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대미투자 등의 구체적 내용도 아직 없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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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은 유럽에 이어 중국과도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계획과 속내는 뭔지, 이어서 뉴욕 연결합니다.

김범주 특파원, 우리에게는 민감한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 계획을 발표했네요, 어떤 내용입니까?

<김범주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EU와 합의를 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반도체 관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2주 안에 반도체 관세를 발표한다, 그런데 유럽이 이걸 피하려고 무역 협상을 열심히 했다는 겁니다.

주로 네덜란드가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 중인데 오늘(28일) 합의로 무관세를 확정 짓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외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게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겠다며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미국에 공장을 짓게 만들려면 미국에 관세를 얼마나 관세를 매기는 게 좋은가를 고민해 왔습니다.

이 결과를 곧 내놓겠다는 건데 우리 기업들에게 또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또, 예고했던 대로 나흘 뒤에는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저희가 방금 전 파리 연결해서 들어봤습니다. 일본도 15%, 유럽도 15%를 부과한 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15%를 생각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김범주 특파원>

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투자와 양보를 끌어내는 것 외에 관세 자체에도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 얘기를 한번 직접 들어 보시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철강 알루미늄 관세가 몇 백억 달러가 들어옵니다. 숫자로 확인되잖아요. 지난달에 엄청난 수입이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 적자를 관세로 메우겠다는 생각이어서, 처음부터 결국 15%를 기본 관세로 보고 협상을 했던 것이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주요 무역국 중에 우리나라와 함께 멕시코, 캐나다, 타이완 이런 정도가 남아 있는데, 이런 부분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욱,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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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들으신 것처럼 상호관세 15%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우리와의 경쟁이 치열한 일본과 유럽연합이 이미 15%에 합의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보다 낮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협상 결과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경우에 우리 제조업 전반에는 막대한 타격과 큰 후폭풍이 우려됩니다.

박재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박재현 기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에, 현재의 25%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도요타의 하이랜더보다 비싸집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은 혼다와 도요타 등 일본 업체보다 낮기 때문에, 관세율 자체가 높아질수록 국내 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일본과 독일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정해진 상황에서 우리가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면 그 충격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 수출차는 동급 대비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온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경유/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리나라가 주로 수출하고 있는 중소형 SUV나 세단 차량의 경우 주로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세 10%에 의해 나타나는 가격 차이는 (치명적입니다.)]

자동차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시장에서 수출 경합도는 일본과 독일이 0.52와 0.41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출 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같은 품목을 미국에 주로 수출해 경쟁도가 치열하다는 뜻입니다.

상호관세가 15%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면 기계, 전자제품, 화학제품 등 제조업 전반의 수출 감소와 생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대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늘리는 등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조차도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은 초조함 속에서 관세 협상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하청 중소기업 대표 : 관세를 맞게 되면 아무래도 수출이 적어지겠죠. 그만큼 국내 타격이 있겠죠. 현대차가 미국으로 가는 건 대기업이나 그렇게 하는 거지, 중소기업은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경쟁국들의 잇따른 관세 타결로 협상 시한 막바지까지 몰린 한국의 부담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김한결, 영상편집 : 유미라, 디자인 : 박태영·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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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하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협상 내용에 따라서는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더 어려운 문제가 남습니다. 농민단체는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조짐에 반발하면서, 대통령실 앞에서 상복을 입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어서 엄민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엄민재 기자>

농민들이 대통령실 앞에 상복을 입고 모였습니다.

제사상에 놓인 건 쌀, 한우, 사과와 감자, 미국의 추가 개방 압력이 높다고 알려진 품목들입니다.

이들은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곧 생존권 말살이자 식량주권 상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승호/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 : 우리에게 또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입니다. 소중한 생업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농축산물 희생을 지렛대 삼는 협상 전략에 분노한다고도 했습니다.

[오세진/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 :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산업을 위한 전략적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실은 농축산물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우상호/대통령실 정무수석 : 농수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가능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서 양보의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앞서 관세 협상을 마친 국가들이 농수산물 시장 개방과 대규모 구매를 협상 카드로 쓴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 '팜 벨트', 즉 농민층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압박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관심은 소고기와 쌀입니다.

30개월 이상 소고기에 대해 일본과 중국 등이 이미 수입을 허용해 사실상 우리나라만 수입 제한을 고수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먹거리 안전에 극도로 예민해진 국민 여론이 문제입니다.

쌀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일본은 무관세로 수입하는 외국산 쌀 수입 쿼터를 77만 톤으로 유지하면서 미국산 비중을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포함한 5개국, 연간 40만 8천700톤에 대해 5%의 저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려면 세계무역기구와 국가별 물량 등을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만일 협상 타결을 위해 농축산물 추가 개방에 합의할 경우,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한 농축산업계를 설득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에 곧바로 직면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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