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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누구의 것인가…'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던진 질문 [스프]

[주즐레]

주즐레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제작사가 아닌 글로벌 공동 제작진의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공개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글로벌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며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감각의 언어'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 전 세계에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최고 2위까지 올랐고, 현재도 3위권을 유지 중이다.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 아이튠즈 61개국 송 차트 정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K팝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하위 장르를 정착시켰다. 음악과 스토리, 비주얼 모두가 'K팝의 미학'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주체는 한국이 아니다.


"가장 K팝다운 콘텐츠가 한국산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콘텐츠가 한국의 전통적 제작 시스템 바깥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크리에이터들이 협업한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K팝 콘텐츠보다 '가장 K팝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K팝이 더 이상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 감각과 서사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차용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문화 언어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해 미국 서부에 체류하며 K팝의 저변을 직접 확인했다. 모국어조차 잊어버린 사춘기 조카들이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정확한 의미 없이도 한국어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문법보다 리듬을, 의미보다 억양을 흡수했다. K팝은 언어보다 빠르게, 그리고 깊게 도달했다. K팝이 국적을 넘어 감각의 코드로 기능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 흐름은 중국에서도 감지된다. 여전히 '한한령(限韓令)'이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상하이와 다롄의 거리에서는 K팝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한국어 가사를 번역해 부르는 Z세대 팬덤이 형성돼 있다. 콘텐츠는 이미 국경을 넘었고, 이는 단순한 인기의 차원이 아닌 문화적 지각변동에 가깝다.
A2O 메이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최근 선보인 프로젝트는 이 같은 흐름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그는 2023년 경영권 분쟁 이후 회사를 떠난 뒤, 싱가포르·미국·중국 등에 글로벌 기획사 'A2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첫 여성 아이돌 그룹 A2O MAY는 전원 중국인 멤버로 구성됐다. 최근 발표한 싱글 'BOSS'는 중국 QQ뮤직 핫송 차트 8위, 미국 미디어베이스 라디오 차트 톱40에 3주 연속 진입했다.

이수만은 "큰 스타는 큰 시장에서 나온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진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더 이상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K팝이라는 브랜드가 글로벌화되는 현주소를 반영한다.

로제 역시 지난해 10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신탁 계약을 해지하고 미국에서 저작권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서태지 이후 22년 만의 사례다. 그는 글로벌 퍼블리셔와 손잡고 워너뮤직 산하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에서 관리받는 것보다 글로벌 활동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K팝'이 아닌 'K'의 확장
K팝이 가진 문화적 자산은 여전히 강력하다. 한국적인 감성과 미학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참신한 콘텐츠 자극제로 기능한다. 동시에 글로벌 자본과 시스템은 K팝을 새로운 상품으로 가공·확장한다. 그 결과 'K'는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며, 더욱 강력한 확산력과 함께 '누가 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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