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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또 신기록, 혜성처럼 등장한 1,500m 괴물 [스프]

[별별스포츠+]

이재웅수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 종목 가운데 하나인 육상 경기는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48개)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육상은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을 비롯해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도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낙후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랙 중거리 종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샛별이 무서운 신기록 행진을 펼치고 있어 육상계를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현재 국군체육부대에 소속돼 있는 이재웅 선수입니다.


‘이재웅이 누구지?’ 무명에서 깜짝 스타로
몇 달 전만 해도 이재웅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철저히 무명 선수이었습니다. 지난 5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25 아시아 육상선수권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 대회에서 그는 3분42초7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아육상선수권 남자 1,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5년 자카르타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던 김순형 이후 30년 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한 달 만에 그는 다시 ‘사고’를 쳤습니다. 6월 14일 홋카이도 시베츠에서 열린 호크렌 디스턴스 챌린지 2차 대회 남자 1,500m 경기에서 3분38초55에 결승선을 통과해 1993년 12월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김순형(당시 경북대)이 작성한 3분38초60을 0.05초 앞당긴 한국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1990년대 중거리 스타 김순형이 세운 이 기록은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았는데 23살의 이재웅이 대선배의 벽을 무려 32년 만에 넘은 것입니다. 

그의 신기록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달 뒤인 7월 16일 이재웅은 일본 홋카이도 기타미시에서 열린 2025 호크렌 디스턴스 챌린지 4차 대회 남자부 1,500m 경기에서 3분36초01에 달려, 3분36초58의 아라이 나나미(일본)를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한국신기록을 세운 지 한 달 만에 자신의 한국기록을 또 경신한 것입니다. 기록도 놀라웠습니다. 6월보다 2초54나 빨랐습니다. 마지막 100m 직선 주로에서 스피드를 올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이재웅은 포효하면서 벅찬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에 제가 들어오면서 소리를 질렀던 것은 저한테 더 이상 안 될 거라고, 못 할 거라고 얘기한 사람들한테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유도에서 육상으로 전환..두 달 만에 6초나 단축
이재웅은 어릴 때 유도복을 먼저 입었습니다. 하지만 유도부가 해체되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입문했는데 곧바로 소질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상북도 영천 영동중 재학 시절에 주요 전국대회 800m부터 3,000m까지를 모두 휩쓸었고 중등부와 고등부 신기록을 차례로 수립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뒤 일반부 신기록에 이어 한국 신기록까지 작성하면서 1,500m의 모든 기록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특히 두 달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무려 6초나 줄이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육상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1,500m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6초 넘게 줄이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거짓말 같은 기록 단축에 대해 이재웅은 “한국 육상 안 된다 이런 말들이 되게 많았잖아요. 저는 그런 말이 되게 싫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꼭 증명하고 싶었어요”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경이적인 신기록 행진의 원동력으로는 엄청난 훈련량과 악바리 근성, 그리고 남다른 승부욕이 꼽힙니다. 그는 “저는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자신한테 지는 것도 정말 싫어하거든요. 훈련 때도 그렇고 자신과 타협하는 순간이 오는데 한심하게 느껴지고 반성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라며 강한 정신력을 내보였습니다. 


내년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도 가능
이제 스포츠계의 관심은 깜짝 스타로 떠오른 그의 질주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쏠리고 있습니다. 그의 1차 목표는 내년 9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입니다. 2023년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카타르의 모하마드 알 가르니의 기록은 3분38초36으로 이재웅보다 한참 뒤집니다. 현재 이재웅은 2025 시즌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는 인도의 걸비르 싱으로 이재웅보다 0.57초 느립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김순형이 은메달을 얻었는데 만약 이재웅이 내년에 우승하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의 1,500m 금메달리스트가 됩니다. 

그럼 세계 수준과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2024 파리올림픽 결승에 진출하려면 최소한 3분 33초대를 뛰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재웅 선수가 지금보다 적어도 3초는 줄여야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결승 진출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의 잠재력과 강인한 의지를 고려하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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