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미국의 조선 산업을 되살릴 '조선업 협력' 카드를 내세우며 대미 투자규모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한미 상생협상안 마련 최선"

구윤철 경제부총리
"제가 가서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또한 조선업 등 한미 간에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잘 협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구 부총리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31일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지금 트럼프 정부에서 통상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중요한 직책에 있다"며 "현지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대미 협상에 나선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 주요 인사들을 그림자처럼 뒤따르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로 날아와 수행 중인 러트닉 장관과 다시 만났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면담을 가졌습니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 (폭스뉴스 인터뷰)
"한국 사람들이 저녁 식사 후 저와 그리어 대사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왔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지금 주도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여러 건의 큰 협상을 성사시켰습니다"
"나머지 국가는 15~20%".. 우리도 해당되나?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계의 기본 관세율은 15%에서 20% 사이일 것입니다. 아마도 그 두 숫자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협상이 늦어진 우리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일본과 EU가 이미 15% 상호관세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우리만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과 주미 대사관의 경제 담당관들은 우리나라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25% 관세를 부과받은 미국의 '주요 협상국'에 속한다는 겁니다.

'조선업 협력'에 사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나?
이런 배경에는 끝 모르게 쇠락한 미국 조선업이 있습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 조선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책적 오판'이 이어지면서 몰락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내 화물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을 1920년에 도입했는데, 이게 독이 됐습니다.

국제 경쟁을 회피하게 된 미국 조선업은 도리어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됐고, 그 사이 세계 조선업의 주도권은 싸고 좋은 선박을 만드는 중국과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이로써 전 세계 물동량의 80%를 책임지는 해상 운송 분야와, 국가 군사력의 핵심인 해군력에 있어서 미국의 입지는 좁아질대로 좁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의 파트너는 전 세계 선박 건조의 1/4 이상을 담당하고 우리나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올해 3월, 의회 연설)
"상업용 조선과 군사용 조선을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도 부활시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업 협력으로 한미 두 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선박 건조 역량이 부족한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조선업 지원 카드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대신 직접 투자를 선택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미국에 선박을 공동 건조하거나, 조선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자체 선박 건조 역량을 사실상 상실한 미국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장 좋은 배를 만들 능력은 없지만, 군사용 함정이나 첨단 선박 등에 탑재되는 최첨단 기술은 미국이 여전히 최강으로 평가받습니다.
양국 간 조선업 교류를 무인 잠수함이나 드론 전용 함정 등 군사 분야로까지 확장해 간다면 우리도 얻을 것이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일부 언론은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이른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우리 협상단이 미국 측에 제안했고, 미국 측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