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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원작 팬 못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스프]

[취향저격]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스프 홍수정_전지적 독자시점수년 전부터 인기 있는 웹툰/웹소설이 영화화되는 경향이 쭉 이어지고 있다. 강풀 원작의 <이웃사람>부터 웹툰-영화의 포문을 열어젖힌 <신과 함께>까지. <중증외상센터> 같은 OTT 작품까지 고려하면 이제 이런 경향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웹툰과 웹소설을 영상화하는 이점은 적지 않다. 일단 검증된 작품이므로 리스크가 적고, 원작의 팬덤을 관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 이는 고전 명작의 재개봉, 또는 리메이크가 늘고 있는 극장가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지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인기작의 영화화는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깨어지려 한다. 그간 작은 시그널은 있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물 <광장>에 대한 대중의 심드렁한 반응이 그 사례다(그에 관해 '"이걸 빼다니"...'광장' 원작 팬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에서 썼다). 

그리고 <전지적 독자 시점>에 이르러 우렁찬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탄탄한 원작 팬덤을 둔 이 영화는 개봉과 함께 묵직한 비판에 직면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원작을 이해하지 못했다", "기존 세계관을 헤쳤다", 또는 "모욕감을 느낀다"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의 설정을 상당 부분 바꾸었다. 하지만 수정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아래 흐르는 어떤 핵심적인 부분을 이 영화가 잘못 건드렸다는 점이다. 그에 관해 말해보려 한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웹툰·웹소설 원작 영화를 위한 제언이기도 하다. 아래부터 <전지적 독자 시점>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나는 앞서 '"이걸 빼다니"...'광장' 원작 팬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라는 글에서 웹툰/웹소설을 영상화할 때 유념할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오리지널을 개작할 때 반드시 조심하여야 할 두 가지 요소가 있으니, 바로 '주제'와 '정서'다. 이 같은 분석은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도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이 영화는 원작의 디테일을 많이 바꾸었다. 웹소설에 등장하는 무기, 배후성, 시나리오 등 많은 부분이 변했다. 그러나 2차 창작물에서 개작은 흔하다. 소설, 만화, 그리고 영상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생각한다면 수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원작 팬덤을 잡고 싶다면 이 같은 수정은 디테일의 차원에서 머물러야 한다. 주제와 정서가 바뀌는 순간 팬들은 2차 창작물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도 같은 실수를 한다. 
스프 홍수정_전지적 독자시점원작의 주제는 이 작품의 제목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지적 '작가'가 아닌 '독자'의 시점. 그것은 작품을 읽는 독자의 활동으로 온 세상을 구원하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세계를 지향한다.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하나의 웹소설만큼은 빠삭하게 독파한 남자. 그리고 그가 즐긴 활동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상. 세상의 축을 뒤엎고 재정의하는 그 전복의 과정이야말로 판타지의 핵심이다. 이 같은 주제는 작가-주인공-독자 사이의 경직된 관계를 재편하는 시도로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에 이르러 이런 주제는 희미해진다. 대신 영화는 '과도한 경쟁 사회에 대한 비판'을 전면에 내세운다. 주제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진부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서 역시 변한다. 원작에서 주인공 '김독자'는 목표지향적이며, 협상과 심리전에 능한 복합적 캐릭터다. 하지만 영화의 독자(안효섭)는 윤리에 치중하는 납작한 인물이다. 원작과 달리 이 영화의 정서는 단편적이고 교과서적이다. 그러니 원작 팬은 물론 관객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윤태호 웹툰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플러스의 <파인: 촌뜨기들>은 호평을 받고 있다. 캐릭터만을 보았을 때, 이 시리즈는 원작과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보물선을 둘러싼 탐욕과 암투'라는 주제를 견지하며, 영상 속 인물들의 결을 살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원작 팬과 시청자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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