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서 들여온 개미
최근 미국과 태국에서 들여온 개미를 '토핑'으로 곁들여 낸 요리를 판매한 음식점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해당 음식점은 신맛을 더할 목적으로 일부 요리에 개미를 3∼5마리씩 얹어 손님에게 제공했습니다.
개미가 강한 산성을 분비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개미를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해당 뉴스 기사에는 '해외에서는 개미를 먹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 되는 것이냐', '다른 나라에서는 더한 곤충도 먹더라'라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러나 식용 가능한지 여부와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나라별로 식용 가능한 곤충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식용이 가능한 곤충은 백강잠, 식용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흰색점박이꽃무지 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 풀무치 등 10종입니다.
백강잠과 식용누에, 메뚜기 등 3종은 '전래적 식용 근거'에 따라 2002년(백강잠)과 2010년(식용누에, 메뚜기)에 식품 원료로 인정됐습니다.
'전래적 식용 근거'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식품으로 섭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먹어왔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의미입니다.
누에의 유충이 백강병균에 감염돼 경직사한 것을 말하는 백강잠은 '동의보감'에 곤충류 약재 중 하나로 기술돼 있습니다.
식용누에는 길거리 음식인 번데기를 가리킵니다.
정확히는 누에나방의 번데기로, 누에나방은 과거 양잠산업의 기본 원료 곤충으로 쓰였습니다.
메뚜기는 이른바 벼메뚜기로 불리며 과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튀겨서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이런 전래적 식용 근거가 없으면 '한시적 규격 및 기준 인정기준'에 따라 한시적 인정 식품 원료로 인정받아야 식품 원료로 쓸 수 있습니다.
이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일반 식품 원료로 전환돼 누구든지 자유롭게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등 4종이 한시적 인정 식품 원료로 인정받았다가 2016년에 일반 식품 원료로 전환된 사례입니다.
나머지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 풀무치 등 3종은 아직 한시적 인정 식품 원료로만 인정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해당 먹을거리를 신청한 사람만 인정받은 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미를 식재료로 쓰고 싶은 식당이 있다면 식약처에 한시적 인정 식품 원료로 신청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인정받은 뒤에는 이 식당만 개미를 식재료로 쓸 수 있는 셈입니다.
네이처지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식용 곤충의 세계 지도: 식량 시스템과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다양성과 공통성 분석'(2024) 논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28개국에서 2천205종의 곤충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가 932종으로 가장 많았고, 북미(529종), 아프리카(464종), 남미(300종), 오세아니아(107종) 순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여러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20억 명이 곤충을 먹고 있고 113개국에서 적어도 한 종 이상의 곤충을 먹는다고 소개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곤충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국가는 멕시코로, 식용 곤충 수가 450종에 달합니다.
태국(272종), 인도(262종), 콩고민주공화국(255종), 중국(235종), 브라질(140종), 일본(123종), 카메룬(100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나라(10종)는 아시아 지역만 놓고 보면 곤충을 먹는 지역 내 국가 52개국 중 11위에 해당합니다.
아시아에선 태국, 인도, 중국(235종)이 곤충 소비의 선두 국가였습니다.
일본(123종)과 인도네시아(88종), 말레이시아(65종), 라오스(50종) 등도 곤충을 즐겨 먹었습니다.
북미는 사실상 멕시코가 곤충 식용을 이끌고 있다시피 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섭취하는 곤충 수는 각각 6종과 4종에 그쳤습니다.
남미는 곤충 식용 국가가 15개국으로, 이 가운데 브라질(140종)이 선두를 달리고 에콰도르(93종), 콜롬비아(62종), 베네수엘라(49종)가 뒤를 잇습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선 호주가 62종으로 곤충 식용을 선도했습니다.
이 논문은 유럽 지역을 곤충 식용 국가가 없는 것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들 국가에선 전통적으로 곤충을 먹는 행위를 역겹다고 생각하며 실제 먹어 본 경험도 없고, 관련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곤충을 먹을거리로 소비하지 않고 있다고 논문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곤충에 대한 유럽의 태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11월 '신규 식품 규정'을 제정한 데 이어 2021∼2023년 갈색거저리(밀웜), 풀무치, 집귀뚜라미, 외미거저리 등 4종을 신규 식품으로 연이어 인정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신규 식품은 1997년 5월 15일 이전에는 EU 내에서 상당한 정도로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은 식품을 말합니다.
실제 이 시기 이전에 곤충을 상당한 정도로 식용했다고 확인된 EU 회원국은 전혀 없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곤충 종이 전체 식용 곤충의 32.0%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벌목(15.5%), 나비목(15.2%), 메뚜기목(14.1%), 노린재목(11.4%) 순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딱정벌레목 산하 풍뎅이과, 하늘소과, 물방개붙이아과, 바구미과, 사슴벌레붙이과 등이 식용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소비량 기준 딱정벌레목(354종), 노린재목(128종), 메뚜기목(121종), 나비목(108종), 벌목(83종) 등이 상위 5개목에 들었습니다.
다른 대륙도 대개 순서만 다를 뿐 이 5개목이 상위 5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는 흰개미목이 상위 5위에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전세계에서 다양한 곤충을 먹는 것은 곤충이 풍부한 단백질원이기 때문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식용 곤충의 조단백질(총 질소량 기준으로 계산한 단백질 추정치) 함유량이 40∼75%로 동물성 단백질(12∼34.5%)과 식물성 단백질(7∼50%)을 능가합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2021년 식용 곤충으로 인정된 풀무치는 단백질 함유량이 70%에 이릅니다.
논문에 따르면 곤충은 전체 체중의 80%를 먹을 수 있는데, 닭과 돼지고기는 55%, 소는 40%에 그칩니다.
게다가 곤충은 체중을 늘리는 데 필요한 사료량을 뜻하는 사료 전환율 측면에서도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는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소가 필요한 사료의 12분의 1, 양의 4분의 1, 돼지와 닭의 2분의 1만 필요합니다.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귀뚜라미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물(3천 배), 사료(12.5배)가 필요하고 사육 면적도 훨씬 더 넓어야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식용 곤충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논문은 여러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식용 곤충 시장의 규모가 2030년에 80억 달러(약 1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의 '곤충산업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식용 곤충 판매액은 219억 원이었습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