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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로 때리던 사장님…관두겠다 하니 뜨거운 커피 던져"

"신발로 때리던 사장님…관두겠다 하니 뜨거운 커피 던져"
▲ 2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2025 세계 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일하다가 건강 문제 생겼어요. 손 많이 아팠어요. 사장님 나쁜 욕 많이 했어요. 신발로 때렸어요. 사업장 바꿔 달라고 하니 뜨거운 커피 얼굴에 던졌어요. 이주노동자도 사람이에요."

네팔 출신 A(28) 씨는 지난해 가을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경기 안산시 금속회사에서 도금 작업을 해왔습니다.

매일 무거운 철 제품을 들어 올린 끝에 5개월 만에 손 통증이 심해져 더는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통증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건 사장의 괴롭힘이었습니다.

신발로 맞으며 욕설을 들어야 했던 A 씨는 결국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사장은 도리어 뜨거운 커피를 A 씨 얼굴에 던지고 "업무방해죄로 신고하겠다"며 경찰을 불렀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A 씨의 사정을 들은 뒤 "계속 이러시면 집에 가셔야 한다"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A 씨는 26일 전했습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뒤에야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 자신이 당한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습니다.

전남 나주에서 스리랑카인이 지게차 화물에 묶인 채 괴롭힘을 당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전국 각지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 B씨는 지난 5월 중순 경기 용인시 달걀 공장에서 한국인 간부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2주 상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와의 분리는 없었습니다.

B 씨가 고용허가제에서 인정하는 이직 가능 횟수인 3회를 모두 채워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B 씨는 고용복지센터 권고를 받은 업체 사장이 고용변경 신고서를 작성한 뒤에야 일터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전남 영암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6개월여간 농장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것은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막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고용허가제 근로자가 예외적인 경우에만 최초 3년 내 3번, 추가 1년 10개월간 2번까지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더 큰 문제는 구직 기간 제한입니다.

사업장을 변경해도 90일(3개월) 이내 새 일터에 취업하지 못하면 체류 자격을 잃고 강제 출국당합니다.

최근 경기침체로 구직기간 초과자는 2023년 1천899명에서 2024년 2천805명으로 1천 명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최정규 변호사는 "업주가 이주노동자를 폭행하거나 수백만 원의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사업장 변경 불가 원칙을 폐지해야 업주와의 '주종관계'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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