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조성환 감독 대행이 롯데 자이언츠에 9-0으로 승리한 후 잭로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 대행이 LG 트윈스의 13개에 달하는 견제구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조 대행은 오늘(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견제구를 그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싶었다"고 편치 않은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전날 LG전에서 3-4로 끌려가던 8회말 두산 선두 타자 김인태가 볼넷을 골라냈습니다.
두산 벤치는 지난 시즌 리그 도루왕을 차지한 조수행을 대주자로 투입했습니다.
그러자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LG 김진성은 양석환 타석에서 견제 8번, 이유찬 타석에서 견제 5번 등 도합 13번의 견제구로 조수행을 묶고자 했습니다.
김진성은 양석환과 이유찬을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조수행은 이유찬이 삼진당할 때 2루를 훔쳐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현재 규정상 견제 회수에 제한은 없고, 이와 관련해 뚜렷한 불문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주자 한 명을 묶겠다고 견제구 13개를 던진 장면이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조 대행은 "중간에 한 번 나가려고 했다. 나가서 바뀔 건 없지만, 흐름을 끊고 싶었다"면서도 "어필할 명분이 없는 플레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물론 상대도 한 베이스 막고자 견제하는 건 이해한다. 다만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가운데서도 도루에 성공한 조수행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염경엽 LG 감독은 승부처에서 상대 주자를 묶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염 감독은 "조수행을 2루에 안 보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묶어야 했다"면서 "두산 쪽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압박감을 줬기에 견제 13개가 나온 거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염 감독 부임 이후 LG는 3시즌째 '뛰는 야구'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팀이 LG에 훨씬 더 많은 견제구를 던진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입니다.
LG는 지난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3회 선두타자 박해민이 출루하자 KIA 선발 양현종이 7연속 견제구를 던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염 감독은 "그때 박해민이 추가 진루하지 못하면서 신민재가 병살타를 쳤다. 결국 한 점이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던 조 대행에 대해 염 감독은 "조 대행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저희도 만날 당했던 거라 이해는 한다. 지고 있을 때 계속 견제 들어오면 화난다"면서도 "그래도 팀이 상대를 압박해서 견제가 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 선배로서 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감독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