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앙TV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속 연인인 경미와 영덕이 대화하고 있다.
북한에서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이 북한 사회의 부패와 가족 갈등 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묘사하며 인기를 끈 것은 김정은 정권의 달라진 프로파간다 전략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정권의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들을 현실에 걸맞게 보여주고, 이를 당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까지 함께 담아내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 주민들이 국가 프로파간다를 회피하자 김정은이 현란한 TV 쇼를 시도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방영한 22부작 연속극 '백학벌의 새봄'은 기존의 북한 드라마들과 달리 탈가부장적인 가정의 모습과 풋풋한 청춘 로맨스 등을 그려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외에도 이 드라마는 지방 관리들이 곡물을 횡령하거나 농민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모습, 가족 간 화합을 강조하는 북한의 국가적 프로파간다와 달리 가족 간의 일상적인 갈등 등 체제에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내용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라마는 백학농장에서 부패와 관료주의에 맞서 싸우는 당 간부가 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극 중 서민들은 청탁을 위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기도 하고, 자녀의 대학 진학 기회가 줄어드는 농촌으로 이사한다는 소식에 당 간부의 부인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자신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진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아들을 떠나라고 압박하는 엄마도 등장합니다.
'백학벌의 새봄'은 이처럼 기존의 전통적인 북한 드라마들과는 문법과 정서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 특징입니다.
크리스 먼데이 동서대 교수는 WSJ에 "북한 콘텐츠에서 당과 개인의 결함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식량부족과 사회적 격차 등 북한의 '고난'을 드러내고 이를 이런저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믿을만한 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김정은이 정권의 정당성 유지를 위해 체제의 '약점'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새로운 차원의 프로파간다 전술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이런 도발적인 콘텐츠를 통해 주민들에게 생활여건 개선 등의 변화를 약속하고 있다면서 "이런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는 김정은의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