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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에 구호품 공중투하…인도주의 통로도 일시 개방

이스라엘, 가자에 구호품 공중투하…인도주의 통로도 일시 개방
▲ 이스라엘군 수송기에 가자지구 공중 투하를 위한 구호품을 싣는 모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인도주의 재앙에 빠졌다는 진단 속에 이스라엘이 그간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고수해온 봉쇄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반에 닥친 굶주림과 질병 창궐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선전으로 치부하며 마지못해 행동에 나서는 태도를 보이고 그 실행방식도 위험해 보이는 만큼 이번 구호에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들은 현지시간 26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식량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공중 투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고, '고의적인 기아 사태'라는 허위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일련의 작전에 착수한다"며, "구호품 반입을 허용하고 원활하게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오늘 밤 공수를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밀가루, 설탕, 통조림 등 식품을 화물 운반대 7개 분량을 투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유엔 호송대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지정된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주에만 트럭 250대 이상 분량의 구호품이 국경 검문소에 하역됐다"며 아직 쌓여있는 구호품을 이송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스라엘전력공사와 협력해 가자지구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 전력선을 연결했으며, 이에 따라 이 시설의 식수 공급량이 하루 2천 입방미터에서 2만 입방미터로 10배가량 늘어나 주민 약 90만명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 국영방송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과 회의 뒤 가자지구 내 전투를 27일 하루 동안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생존을 임계점에 달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 속에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2023년 10월 전쟁 발발과 함께 지속한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최근 들어 강화했습니다.

하마스가 인도주의 구호물자, 서비스를 빼돌린다고 주장하며 식량, 식수, 전력까지 차단해 가자지구는 주민 대다수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의료체계도 사실상 붕괴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민간 안보업체를 통해 운영하는 구호물자 지원 과정에서는 굶주림을 못 이겨 무질서하게 몰려드는 민간인들이 살해되는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사실상 현실을 부정하며 마지못해 위기 완화에 나서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는 기아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하마스가 조장하는 허위 선전일 뿐"이라며 "유엔과 국제단체들은 구호품 배급의 효율을 높이고 구호품이 하마스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 완화와 교전 중단과 함께 다른 국가들도 구호품 공중 투하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공중 투하를 밝히기 전 아랍에미리트는 "즉시" 공중 투하를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 에미리트 외무장관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심각하고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공중 투하가 다시 한번 즉시 재개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영국은 요르단 등 협력국들과 함께 구호품 공중 투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총리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프랑스·독일 정상과의 통화에서 "요르단 등 파트너들과 협력해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고 의료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대피시킬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인도주의 단체들은 공중 투하가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이미 지난해 서방국과 인근 아랍 국가들이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실시했지만, 반입되는 식량의 양이 극히 제한적이라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에 맞아 민간인들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사무총장은 "공중 투하는 심화하는 기아를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며 굶주린 민간인을 죽일 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으로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배급 통로를 일원화하고 유엔 및 국제기구의 가자지구 내 활동을 통제하면서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가 심화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 수는 127명이며 이 중 85명이 어린이입니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은 가자지구에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인구 중 47만명이 통합식량안보단계 분류 5단계 중 최상위인 5단계 '기근'에 준하는 굶주림 상태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이스라엘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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