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 전 서울 강남에서 마약류 약물에 취해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약물 운전 사건' 기억나실 겁니다. 경찰이 지난해 이 가해자가 속한 불법 투자 리딩방 조직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는데,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간부가 리딩방 관계자로부터 1억 원대의 호화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전형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23년 마약류 약물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20대 여성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롤스로이스 약물 운전 사건'.
사고 직후 피해자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가해 운전자가 뚜렷한 직업도 없이 호화 생활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형사기동대와 금융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까지 투입해 가해 운전자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100명 넘는 불법 조직 일당을 일망타진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도 했습니다.
[당시 경찰 브리핑 (지난해 6월 5일) : 수사 결과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며, 각종 금융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국내 총책 등 101명을 검거하고.]
그런데, 이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 간부가 해당 사건 관계자로부터 거액의 접대를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롤스로이스 사건에 연루된 불법 리딩방 조직 관련자 B 씨가 고급 유흥주점에서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A 경정에게 수차례에 걸쳐 접대와 향응을 제공한 겁니다.
A 경정은 한 병에 600만 원 넘는 샴페인 등 1억 원 이상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B 씨를 불법 투자 리딩방 조직의 배후 총책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A 경정 측 변호인은 SBS에 "당시 사건 관련자인지 모른 채 지인이 불러서 같이 술을 마셨을 뿐"이라면서 술 접대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공무원으로서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접대를 대가로 수사 무마나 수사 정보 유출이 있었는지를 파악 중인 검찰은 조만간 A 씨를 뇌물 혐의로 기소할 예정입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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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전형우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어떤 곳?
[전형우 기자 : 접대를 받은 A 경정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간부로 3년 6개월 동안 재직했습니다. 서울청 광역수사단은 3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출범했는데요. 반부패, 금융, 조직범죄 등 이른바 '특수수사', '기획수사'를 하는 경찰의 핵심 수사 조직입니다. A 경정은 이 핵심 수사 조직의 계장과 팀장 등 주요 간부로 일하면서 다른 사람도 아니라 수사 대상자로부터 1억 원 넘는 접대를 받은 거라 범죄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Q. 해당 경찰 접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전형우 기자 : A 경정은 경찰 수사 대상이던 조직폭력배와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자로부터 각각 현금 5천만 원과 수차례의 향응 접대를 받는 등 8천만 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돼서 3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폭과 A 경정을 연결시켜 준 사람이 경찰 출신 전관들이 있는 로펌의 사무장입니다. A 경정의 공소장을 입수했는데, 경찰 퇴직자인 이 로펌 사무장이 조폭의 변호 사건을 수임한 뒤에 A 경정의 접대 술자리를 직접 주선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Q. 추가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은?
[전형우 기자 : 이미 기소한 뇌물 혐의와 이번에 수사 중인 건까지 A 경정이 받은 것으로 특정된 뇌물 액수가 다 합쳐서 거의 2억 원 가까이 됩니다. 불법 투자 리딩방 조직이 수사 담당 경찰 간부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만큼, 검찰은 A 경정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다른 수사팀 관계자들에게까지 비슷한 접대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접대와 향응이 실제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검찰이 밝혀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