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비롯한 교역국들과 속속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압박과 타협을 오간 그의 협상 전략이 일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고율 관세를 제시했다가 이를 일부 낮춰줌으로써 '미국이 양보했다'는 인상을 협상 상대국에 심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제시된 수치를 이후 판단의 기준점(닻·anchor)으로 삼는, 이른바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지시간 23일 기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새로운 무역 협상을 끝낸 국가는 영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일본 등 총 5개국입니다.
전날 일본이 상호관세율 15%에 합의했고, 앞서 영국은 10%, 베트남 20%,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19%로 각각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협상 기간에 임시로 부과된 기본 관세(10%)를 그대로 유지한 영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존보다 높은 관세율이었지만, 이들 국가와 시장에선 '선방했다'는 분위기가 더 강했습니다.
특히 전날 미일 무역 합의로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 평균주가는 3.5% 올랐고, 아시아와 유럽 증시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런 반응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협박'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각국에 서한을 보내 협상을 완료하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더 높아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이때 일본은 관세율 25%를 통보받았고 베트남(46%), 인도네시아(32%), 필리핀(20%)에도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압박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위협받은 수치보다는 낮은 관세율로 협상을 매듭지은 셈이 됐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관세 합의 후 시장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세계의 기대치를 얼마나 빨리 완전하게 바꿔놨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트럼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충격적으로 여겨졌을 관세율을 불과 몇 달 만에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높은 관세로 위협하고 파괴적인 무역 전쟁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한 세기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른 높은 관세조차 안도감을 주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도 "미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지만, 세계는 이 합의를 대체로 '승리'로 보고, 환영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정책은 미국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한 "가장 대담한 도박 중 하나였다"며 "지금까지 그 선택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CNN은 "트럼프가 잠재적인 관세 부담의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함으로써 그 기준 이하의 어떤 것도 승리처럼 보이게 만드는 오래된 심리학 기법을 활용했다"라고도 분석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합의가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거란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옵니다.
미국 싱크탱크 경쟁기업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이언 영은 미국과 일본의 이번 무역 합의는 "양국에 모두 손해가 되는 것"이라며 "미국의 소비자와 소매업체는 물론 일본산 부품을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에도 큰 손실"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