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6년 8월 15일 손기정 서명 엽서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 직후인 1936년 8월 15일에 직접 'Korean(코리안) 손긔졍'이라고 서명한 엽서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내일부터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를 통해서입니다.
박물관 측은 "조국을 가슴에 품고 달렸던 손기정 선수와 그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제자들, 1988년 서울에서 성화를 봉송했던 순간 등을 담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전시는 손기정이 기증한 보물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베를린 올림픽 당시 특별 부상이었던 투구와 금메달, 월계관, 우승 상장, 신문 기사 등 총 18건을 모았습니다.
여러 전시품 가운데 손기정의 서명이 담긴 엽서는 주목할 만합니다.
박물관에 따르면 손기정은 자신이 일본이 아닌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글로 "손긔졍"이라고 사인해 줬다고 합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1936년 8월 15일 작성한 엽서와 관련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청동 투구는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코린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1875년 독일의 고고학자가 올림피아에서 발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초 투구는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자에게 수여하게 돼 있었으나 손기정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박물관에 보관 돼왔습니다.
이후 오랜 노력 끝에 1986년 베를린 올림픽 개최 5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손기정의 품으로 돌아왔고, 이듬해인 1987년 보물로 지정됐습니다.
손기정은 "이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투구를 기증했고, 투구는 현재 상설 전시 중입니다.
전시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그날의 영광'도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청년 손기정의 모습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노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습니다.
박물관은 "어려운 시대 상황에도 희망과 용기를 전해준 손기정 선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뜨거운 의지와 신념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열립니다.
(사진=허진도 씨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