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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염을 일으키는 구강 세균이 대장암 환자의 면역세포 발달을 억제해 예후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와 대장항문외과 한윤대 교수, 국립보건연구원 김상철 박사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대장암에서 발견되는 구강 세균 '푸조 박테리아'가 암 조직 내 면역 환경을 교란해 예후를 악화하는 과정을 밝혀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푸조 박테리아는 구강 내 흔히 존재하는 치주염 원인균입니다.
정상적으로는 대장에 살지 않는 이 균은 특이하게도 대장암 환자 약 절반의 대장조직 내 암세포에서 검출됩니다.
최근에는 대장암 외에도 유방암, 췌장암, 위암과 같은 다른 암 조직에서도 푸조 박테리아를 검출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별도의 연구에서 푸조 박테리아에 감염된 대장암 환자의 생존확률 등이 감염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으나, 그 이유나 과정 등은 밝혀내지 못했는데 이번 연구로 푸조 박테리아가 대장암 예후에 미치는 이유를 규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 42명을 푸조 박테리아 양성 환자 19명과 음성 환자 23명으로 나눈 뒤 각각의 암세포 조직과 세포의 상호작용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푸조 박테리아 양성 환자는 면역세포의 분화 상태가 음성 환자와 달랐습니다.
양성 환자에서 푸조 박테리아는 면역세포인 면역글로불린A(IgA) 형질세포의 발달과 분비형 IgA(sIgA) 생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gA의 성숙도가 낮을수록 푸조 박테리아 양성 대장암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도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푸조 박테리아가 분비형 IgA 생성을 방해하는 데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재검증했습니다.
푸조 박테리아 양성일 경우 IgA 형질세포와 선천적인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 간 상호작용이 약화하면서 분비형 IgA 기능이 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가 세균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종양 내 세균 부담이 커지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면서 암의 예후를 악화시켰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김한상 교수는 "이번 연구로 구강 세균 푸조 박테리아가 대장암의 치료 예후를 악화시키는 기전을 규명했다"면서 "이 결과를 활용해 푸조 박테리아 양성 대장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장내 미생물'(Gut Microbes)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