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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군대 키우는 중국 vs 의대로 인재 몰리는 한국 [스프]

[오그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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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잡니다. 과학기술이나 AI 관련된 저희 오그랲 영상을 보면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습니다. 인프라고, 투자고 다 중요한데 결국 문제는 이걸 할 사람들, 즉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래의 핵심 인력들이 이공계가 아닌 의대를 향하는 상황은 대한민국의 뼈아픈 현실이죠.

지금 전 세계는 AI, 로봇, 양자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더 앞장서서 선점하겠다고 전쟁 중입니다. 이 전쟁의 한가운데엔 '인재 확보'가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5가지 그래프로 대한민국 이공계 인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바로 옆 중국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중국은 공대로 몰리고, 한국은 의대로 몰리고
한여름에 대학 입시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은 일러 보이지만, 중국은 6월에 대입 시험을 봅니다. 중국의 대입 시험은 고시, 가오카오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6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됩니다. 첫날 보는 과목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영수 이렇게 필수 과목이고요, 이튿날에 보는 건 선택과목인데 중국의 지역별로 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가오카오를 치르고 성적이 나오면 이 성적을 들고 학생들은 이제 대학에 지원서를 냅니다. 그게 6월 말부터 7월 초입니다.

중국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꿈의 대학교는 속칭 '칭베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 이른바 스카이가 있다면 중국엔 칭화대와 베이징대, 칭베이가 있죠. 칭화대는 시진핑 주석의 모교이기도 한데요, 아시아 대학 TOP3, 세계 순위도 20위 권 내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학교로 유명합니다. 리커창 전 총리를 배출한 베이징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칭화대와 더불어 중국 학문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중국의 대학교 순위를 발표해 온 상하이랭킹 데이터를 보면 1위가 칭화대, 2위가 베이징대입니다.

주목할 만한 건 3위인데요, 3위가 저장대입니다. 칭베이와 비교해서 저장대는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해 있어서 일종의 지방대로 볼 수 있는데, 최근 중국 내부 평가나 외부 글로벌 평가에서 그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 세계를 흔들었던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이 이 저장대 출신이죠. 저장대의 작년 입결 데이터를 통해 저장대의 성장세의 비밀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저장대의 학과별 1차 합격 커트라인입니다 가장 상위 학과를 살펴보면 '주커전컬리지 튜링반'입니다. 튜링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학과는 컴퓨터공학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1위뿐 아니라 2위는 인공지능, 3위는 로봇공학으로 이공계 학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대입점수 상위 10개 학과 가운데 의대는 4위 '임상시험반' 하나뿐입니다.

저장대의 주커전컬리지는 명문대 속의 명문대로 불리는 엘리트 특화 교육 시설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교육은 칭베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칭화대의 '야오반', 베이징대의 '투링반' 역시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갈 수 있습니다. 중국 영재의 반은 칭화대에 있고, 칭화 영재의 반은 야오반에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재만 뽑아서 이들을 대상으로 AI와 양자 정보, 컴퓨터공학을 가르칩니다. 베이징대의 투링반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번에는 우리나라 상황을 볼까요?

사교육 업체 시대인재의 2024년도 자연계 입시 자료입니다.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자연계 학과 순위는 의대, 치대, 한의대 이른바 의치한이 휩쓸고 있습니다. 전국 의치한에다가 수의대, 약대를 다 거치고 난 뒤에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수리과학, 전기정보공학과가 보입니다.

실제 진학 결과를 보면 지난해 수능 상위 1.38%의 수험생들 모두가 의대, 약대 계열로 진학했어요. 총 488명 가운데 87.4%가 의대를 갔고 나머지 모두는 약대를 갔죠.

상위권 대학에 붙더라도 의대를 가기 위해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작년 수능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연대, 고대 합격자 중 무려 3,888명이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5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수험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SKY 합격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했고요.


예전엔 전국 수석이 물리학과 선택... 지금은 과고, 영재학교 출신도 의대로
우리나라라고 예전부터 의대 열풍이었던 건 아닙니다. 중국에서 공대가 인기인 것처럼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어요.

조금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긴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대학입시 합격 점수 자룝니다. 1985년에 치른 학력고사, 그러니까 86학번의 입결표인 거죠.

이게 조선일보에 나온 입결표고 이게 중앙일보에 나온 입결표입니다. 자연계를 살펴보면 서울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가 의예과보다 더 점수가 높습니다. 실제로 예비고사, 학력고사 세대의 전국 수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과와 공대를 선택했어요. 1986년 학력고사 전국 수석이 오석태, 이준걸 이렇게 두 분인데요 오석태는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걸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죠.

이런 과거 이공계 선호 현상은 당시 국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합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 정부 주도의 산업화와 함께 정부는 과학기술진흥 5개년 계획도 수립합니다. 그리고 1970년부터는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원을 크게 늘렸죠. 1977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국비유학제도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게 이공계 학생들이었죠.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과학기술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할 사람은 많이 양성했는데, 기업들이 뽑질 않는 거죠. IMF 이후 이공계 취업난이 커지자 이공계 기피 현상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약대 선호도가 커졌어요. 의치한에 입학하면 취업 걱정 없이 졸업과 동시에 독점적으로 전문직이 보장되니까요. 수많은 전문직 가운데서 최상위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명예도 얻고, 또 고소득도 보장되니까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이공계 특화 고등학교를 나와서도 의대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학고등학교와 영재학교는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설립 취지에 맞게 만약,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면 불이익을 주고 있어요. 2022년엔 이 페널티를 더 강화해서 의대 진학 시 받는 제재에 동의해야지만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들 중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계속 생기고 있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의 주요 사립대 의과대학 신입생 가운데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자 비율입니다. 3년간 전체 입학 인원 2,006명 가운데 380명 총 18.9%가 과학고, 영재고 출신입니다.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전출을 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사례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하고 있고요.


과학자가 가장 우대받는 중국... 막대한 투자로 인재 끌어들인다
반면 중국은 이공계 우대 정책이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오카오의 역사를 뒤로 좀 더 돌려서 문화 대혁명 이후 시점까지 가보더라도 그 당시에도 인기 있는 학과가 수학, 물리, 화학 이른바 수리화였습니다. 이런 슬로건이 유행할 정도였어요.

学好数理化, 走遍 天下都不怕
수학, 물리, 화학을 잘 배우면 천하를 돌아다녀도 두렵지 않다


당시 덩샤오핑이 과학과 기술로 중국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었고, 수학자 천징룬이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중국 사람들에게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은 크게 다가왔어요. 천징룬은 수학계의 난제 중 하나였던 골드바흐 추측을 푸는데 큰 역할을 한 '천의 정리'를 증명한 수학자인데요 문화 대혁명 시기의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수학 연구만 했던 수학자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받았던 거죠.

시간을 지금으로 돌려도 중국 정부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I 시대를 준비하면서 더 많은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죠. 정부도 이공계를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보니 중국의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분야별 학부생 비율입니다. 압도적으로 공학도의 비율이 높죠? 2000년대 그 비율이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30% 이상입니다. 2010년대 들어선 다시 상승세를 타고 2022년엔 전체 신입생의 36%가 공대에 진학했어요.

대학들도 더 많은 공학도를 뽑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상하이의 푸단대학교에선 인문계 학생을 기존 30~40%에서 20%까지 줄이고 대신 혁신대학을 세워 공대생을 더 늘릴 개혁안을 발표했어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선 이러한 흐름을 두고 엔지니어가 중국의 새로운 군대로 떠오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길러낸 인재들은 AI, 드론, 로봇 등 차세대 기술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요.

이런 성장의 기반은 막대한 투자와 인재를 아끼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중국의 주요 주석들이 다 이공계 출신들입니다. 시진핑은 화학공학 출신이고요, 후진타오는 수리공학과 출신, 장쩌민 역시 전기기계학과 출신입니다. 이들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OECD가 발표한 국내총연구개발비입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게 바로 중국이죠. 중국은 2023년 미국 총연구개발비의 95%까지 따라왔어요.

이러한 투자는 중국 정부 주도로 이뤄집니다. 정부 소속 기관이 직접 수행한 금액만 따로 보면 중국은 미국의 1.6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죠.

이러한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학원'입니다. 중국과학원은 중국 국가기관 중 하나로 자연과학분야 학술기구이자 중국 정부의 자문기구입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글로벌 랭킹을 따져보면 중국과학원이 항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연구 능력을 인정받는 곳이죠. 이 과학원에선 수리물리학, 화학, 생명의학, 지구과학, 정보기술과학, 기술과학 이렇게 6개 분야에서 최고로 뛰어난 과학자들에게 원사라는 직책을 부여해주고 있어요.

일단 원사로 뽑히면, 중국 정부는 각종 연금과 연구비를 지원해 주고 의전도 배려해 주는 등 극진히 대접합니다. 국가 최고 수준의 학자를 우대해 드리는 거죠. 2024년 7월 기준으로 총 856명의 원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국가의 중차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조언을 해주고,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공계 인재 부족한 한국... 있는 인재도 빠져나간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있던 이공계 인재마저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인재 유출은 과거부터 문제가 되어 왔었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두뇌유출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2019년에 30위였다가 2023년에 36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작년에 30위로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인재 유출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순위죠.

미국으로 나가는 고급 인재들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과학, 교육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고급인력에게 EB 1, 2 비자를 발급해 주는데 2023년 한국인 가운데 이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이 모두 5,684명이나 됩니다. 2024년엔 5,847명으로 더 늘었고요. 이걸 인구 규모로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압도적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EB 1, 2 비자 발급 인원을 살펴보면 2023년엔 우리나라는 11.0명, 2024년엔 11.3명입니다. 일본, 중국, 인도와 비교해서 적게는 8배, 많게는 17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연구력을 인정받은 고급인력들이 이렇게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환경과 대우 때문입니다. 해외에선 국내보다 월등히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미국은 인재 확보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연봉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메타가 새로 만든 슈퍼인텔리전스 팀이 있는데, 이 팀을 책임질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기업 인수로만 14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9조 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우리나라 과기정통부의 2025년 예산이 18조 9천억 원인데 말이죠.

경제적인 문제는 단순히 자라나는 새싹뿐 아니라 석학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국가석학'이라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적인 석학을 뽑아 지원하는 거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국가석학 1호, 2호가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국가석학 1호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는 정년퇴임 이후 국내 연구처를 찾지 못하다 중국행을 선택했습니다. 중국의 후베이공업대학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 교수를 영입한 거죠. 후베이공업대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1만 6,000제곱미터 면적의 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는 권한을 이 교수에게 줬습니다.

국가석학 2호인 이기명 고등과학원 교수도 비슷합니다. 마찬가지로 정년퇴임 후 안정적인 국내 연구소를 찾지 못하자 베이징의 수리과학응용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국내 입자물리학 권위자인 김수봉 서울대 교수도 또 나노소재에서 한 획을 그은 홍순형 카이스트 교수도 중국 대학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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