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북, 행운 믿기 힘들 것"…김정은에게 다가온 '호기'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국제 정세 북한에게 유리하게 전개돼

스프 썸네일
"북한(조선노동당의 선전가들과 검열관들)은 아마도 그들의 행운을 믿기 힘들 것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의 최근 상황을 진단하면서 지난 21일 게재한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북한이 도대체 어떤 행운을 얻게 됐다는 뜻일까요?


"대북매체 라디오 방송량 80% 가까이 급감"
'38노스'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해 오던 대북방송들의 최근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대북방송은 외부 정보를 꼭꼭 닫아걸고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정보만을 주입하고 있는 폐쇄적 북한 정권에게 가장 성가신 존재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북매체들의 라디오 방송량이 최근 8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감시를 피해 대개 한밤중에 외부 라디오를 듣기 때문에 밤 11시쯤을 겨냥한 대북방송들이 많은데, 올해 초만 해도 11개 방송에서 25개 주파수로 송출되던 대북방송이 지금은 5개 방송의 6개 주파수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방송시간으로 보면 전체 방송을 통틀어 하루 415시간 이뤄지던 대북방송이 지금은 89시간까지 축소됐습니다.

먼저, 미국 쪽에서는 대표적인 대북방송 매체였던 VOA(Voice of America, 미국의소리 방송)와 RFA(Radio Free Asia, 자유아시아 방송)가 중단됐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정부 조직 축소 차원에서 VOA와 RFA를 관할하는 미 글로벌미디어국의 인력과 기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결과입니다.
기사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VOA 홈페이지

한국도 정권교체 이후 대북방송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일환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들어 '희망의 메아리' '인민의 소리' 'K-뉴스' '자유코리아 방송' 등의 대북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던 대북방송이 일거에 중단된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남아 있는 대북방송은?
이제 남은 대북 라디오방송은 국방부가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와 KBS가 송출하는 '한민족' 방송, BBC 월드서비스(평일에 하루 30분만 방송)와, 민간단체의 대북방송뿐이라고 '38노스'는 말합니다. 대북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는 국민통일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3곳인데 하루 2∼3시간씩 대북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대북방송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볼 때, 국방부와 KBS가 송출하는 대북방송의 운명도 불투명해 보입니다. 만약 이 두 곳의 대북방송까지 중단된다면 대북방송은 민간단체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민간 대북단체들의 경우 방송량도 많지 않지만 운영비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북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들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국 국무부의 '민주주의‧권리‧노동국(DRL)' 자금과,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출되는 미국 자금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지원을 받아 왔는데, 이런 자금 지원들 역시 트럼프 정부가 중단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부 조직 축소와 돈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대북방송 중단에 나서면서 대북방송이 사실상 고사 위기에 접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대북 방송, 북한 주민들이 외부 시사 정보 습득하는 통로
대북 라디오방송이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엄밀한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청취자들 자체가 한밤중에 이불속에서 비밀리에 듣는 방송인만큼 대북방송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한의 반감만 키울 뿐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외부정보에 대한 욕구로 남한 방송을 찾아 듣는 북한 주민들이 꾸준히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5년 탈북민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63명 전체의 45.7%로 조사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성숙희, [북한이탈주민의 남한방송 수용] (서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2005)>

대북 라디오방송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떠나, 북한 주민들이 외부 시사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대북방송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돼 무수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세상이지만, 북한만큼은 고립된 정보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모든 외부 정보를 차단시킨 채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정보만을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같은 무지막지한 법을 만들어 외부 영상물이나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킬 경우 최고 사형까지 시키는 엄청난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방송은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나마 북한 바깥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북방송 중단이 북한이 지난해 초 대남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한 뒤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취하면서 대남 라디오 방송도 중단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선제조치에 따라 우리도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대남, 대북방송은 체제대결의 상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과 우리 측의 대북방송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거의 영향력이 없을 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은 북한 정보에 접근하기를 원한다면 국내의 북한 자료뿐 아니라 해외 우회 접속로를 통해 북한 매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북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대북 라디오 방송마저 사라지면 북한 바깥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김정은에게 다가온 '호기'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지금의 정세를 아마 호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북러 밀착으로 북한은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마련했습니다. 파병에 따른 경제적 대가와 일부 군사기술의 이전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북한은 이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남, 대미 정세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이후 한미의 지도자 모두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손만 내밀면 언제라도 대남, 대미 접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또, 미국은 돈 때문에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동안 북한을 성가시게 해 왔던 대북방송들을 속속 중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가장 공들여왔던 것들 중 하나인 외부정보의 차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