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 베이비돌과 쇼핑을 즐기는 미국 유튜버
23살 미국 여성 켈리 메이플은 사랑하는 딸 나오미를 카시트에 앉히고 쇼핑몰에 도착해 고급 유모차에 태웠습니다.
메이플은 머리핀을 하고 원피스를 입은 채로 유모차에 누워있는 나오미와 웃으며 아기 옷 쇼핑을 즐겼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모습을 평범한 모녀들의 일상으로 착각하지만, 현실을 알면 경악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나오미는 실물 크기의 '리얼 베이비돌'로, 나오미의 '엄마'인 메이플은 구독자 200만 명이 넘는 리얼 베이비돌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기 때문입니다.
리얼 베이비돌 열광 사태는 미국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1년간 돈을 모아 개당 8천 달러(약 1천100만 원)가 넘는 리얼 베이비돌을 구매해 진짜 아기처럼 입히고 먹이고 재우며 애지중지 키웁니다.
인형 수십 개를 사들여 인형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짓기도 합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성황리에 열린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리얼베이비돌 박람회장 분위기를 보도하며 아기 냄새가 나는 향수를 사고 인형의 머리를 손으로 잘 받치고 안아줘야 한다고 충고하는 등 가상 육아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리얼 베이비돌 만들기는 철저한 수작업입니다.
장인들은 실리콘 인형의 복숭앗빛 피부 아래 연푸른색 혈관이 보이도록 색칠하고 솜털 느낌을 내기 위해 인형 표면에 염소나 알파카 털을 한 땀 한 땀 심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리얼 베이비돌이 소름이 끼친다고 말하며 이를 사 모으는 사람들에게 비방을 쏟아냅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리얼 베이비돌의 공공장소 반입 금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토끼 귀를 가진 아기, 인어 아기 등 이른바 '판타지 베이비돌'까지 등장했는데 이런 인형들은 기존의 베이비돌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리얼 베이비돌에 빠져든 사람들은 이 인형이 정신 건강을 치료하는데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이를 사고로 잃거나 유산을 경험한 여성뿐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알츠하이머, 치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여성에게도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유산 경험을 고백한 미국 유명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리얼 베이비돌을 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리얼 베이비돌을 만드는 영국인 존스톤은 이 같은 이점에도 이 인형들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리얼 베이비돌을 영국 '국민 잼'으로 불리며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마마이트에 비유하며 "싫어하든 좋아하든 둘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유튜브 켈리 메이플(Kelly Maple) 채널 영상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