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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아요" 간신히 매달린 부부…목숨 건 구조

"죽을 것 같아요" 간신히 매달린 부부…목숨 건 구조
▲ 경남 의령군 호우 피해 구조 활동 현장

지난 주말 '극한호우'로 산청군을 비롯해 경남에서 현재까지 1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당시 마을 이장부터 경찰까지 적극적인 구조 활동으로 추가 인명 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합니다.

어제(23일) 산청군에 따르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 산청군 생비량면 송계마을에 사는 차규석(70) 이장에게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같은 마을 주민 60대 A 씨가 "집에 물이 차올라 죽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습니다.

당시 차 이장 집에도 물이 차기 시작해 트랙터 등 농기계를 빨리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산청군노인회 총무 이판식(68)  씨와 함께 밧줄을 들고 즉시 A 씨 집으로 향했습니다.

물이 범람한 A 씨 집은 이미 반쯤 잠겼고 A 씨와 그의 남편은 농기계 위에 간신히 매달린 상태였습니다.

차 이장은 밧줄을 자신 허리에 묶고 이 씨에게 잡고 있으라 한 뒤 A 씨 집 창고를 조금씩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물살이 세 자칫 차 이장도 휩쓸릴 뻔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버텨냈습니다.

다행히 A 씨 부부와 만난 차 이장은 자신이 묶은 밧줄을 A 씨 남편과 A 씨에게 차례로 묶어 준 뒤 물 밖으로 조심히 벗어나도록 해 생명을 구했습니다.

차 이장은 "우리 집 잠기는 거야 잠기는 거지만 이건 사람 목숨이 달린 일 아니냐"며 "처음에는 수영해서 갔지만 물살이 세서 지형지물을 잘 이용한 덕분에 마을 주민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낮 12시 20분에는 산청군 산청읍 모고마을에 사는 박인수 이장도 같은 마을에 사는 70대와 80대 노인들을 구했습니다.

그는 대피 안내에도 마을 주민 2명이 마을회관에 모이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겨 즉시 연락했습니다.

두 노인 모두 거동이 불편한 가운데 집에 물이 차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박 이장은 급히 노인들 집으로 가 등에 업고 마을회관으로 안전하게 대피시켰습니다.

그 사이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도착해 대피를 도왔습니다.

박 이장은 "두 분은 저희가 구했지만, 이번 사고로 마을 주민 1명이 안타깝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이번 같은 물난리에 주민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 생각으로 움직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경찰도 인명 구조에 힘을 보탰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40분 경남 의령군 대의면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침수된 마을에서 대피하지 못한다"는 다급한 신고가 112에 접수됐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남경찰청 기동순찰대 대원들은 자신들 몸에 로프를 묶은 뒤 약 100m를 헤엄쳐 고립된 주민 2명을 옥상에 대피시켰습니다.

비슷한 시간대 의령군 대의면에서 "차량에 물이 잠긴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도로에 물이 넘쳐 도보로는 기동력이 떨어지자 의령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현장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침수된 가옥을 수색하던 중 노인과 여성 등 주민 13명이 고립된 상태로 주택 등에 있는 것을 발견한 뒤 모두 안전하게 구조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1시 47분 산청에서는 방 안까지 물이 넘쳐 들어온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자는 이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고 산사태 등으로 차량 진입이 어려워 구조에 애를 먹었습니다.

경찰은 다행히 신고자 집 인근까지 도착했지만, 돌담이 무너지고 물살이 강해 더 이상 진입이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구조 로프를 잡고 신고자 위치까지 건너간 뒤 무사히 구조해 인근 의료원으로 이송 조치했습니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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