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에 큰 볏이 있는 파충류 미라사우라 화석
등에 큰 볏이 있는 2억 4천만 년 전 파충류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깃털이나 털 같은 피부 돌출 구조가 새나 포유류만의 고유 특징이 아님을 보여주며 기존 깃털 진화 이론을 뒤흔드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자연사 박물관 슈테판 슈피크만 박사팀은 24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2억 4천7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파충류인 '미라사우라 그라우보겔리'(Mirasaura grauvogeli) 화석에서 등 위에 돌출된 구조가 깃털이나 피부가 아닌 볏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깃털이나 털 같은 복잡한 피부 구조가 새나 포유류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앞서 파충류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는 파충류 진화에 대한 기존 이해의 재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깃털과 털은 척추동물의 몸체 외부에 있는 복잡한 부속 구조물로, 보온, 감각 보조, 시각적 장식, 비행 보조 등 중요한 기능을 하며 각각 조류와 포유류의 줄기 계통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하지만 이런 부속 기관이 발달하는 데 필요한 유전적 기원은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를 아우르는 동물 계통인 양막류(amniotes)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1930년대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 수집돼 슈투트가르트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된 미라사우라 그라우보겔리 화석 80개를 분석했습니다.
미라사우라는 '놀라운 파충류'라는 뜻이며 그라우보겔리는 수집가 루이 그라우보겔(Louis Grauvogel)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이 화석들은 2억 4천700만 년 전 것으로 연조직과 피부 돌출 구조, 멜라노솜까지 관찰 가능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습니다.
연구팀은 화석을 방사광가속기 영상기법으로 촬영해 두개골을 재구성하고, 현미경과 스캔 기술로 피부 돌출 부위의 형태, 배열, 내부구조 등을 분석했습니다.
또 볏 부분의 갈색 박막에서 색소 생성 세포인 멜라노솜도 확인했습니다.
분석 결과 미라사우라의 등 쪽 볏은 중심선이 있는 깃털 모양이지만 조류 깃털에서 보이는 섬세한 가지 구조(barbs)가 없어 깃털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볏 속 멜라노솜은 파충류 피부나 포유류 털보다는 조류 깃털에서 관찰되는 멜라노솜과 더 유사했고, 두개골은 좁고 주둥이에 이빨이 없으며 큰 눈구멍이 앞을 향하는 등 나무 틈에서 곤충을 꺼내는 데 적합한 구조였습니다.
연구팀은 미라사우라가 조류와 유사한 두개골과 멜라노솜을 가졌지만 조류 조상인 조룡류(avemetatarsalians)와 가까운 관계는 아니며, 오히려 트라이아스기에만 존재했던 파충류 그룹인 드레파노사우로모르파(Drepanosauromorpha)에 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슈피크만 박사는 "미라사우라의 볏은 위장이나 비행 같은 목적보다는 시각적 장식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이는 깃털이나 털 같은 피부 구조가 파충류에서 진화 초기에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룡보다 더 오래된 동물인 미라사우라 같은 파충류 그룹에 이런 복잡한 피부 부속 구조물을 있다는 것은 깃털이나 털 진화는 물론 파충류 진화 연구에 새로운 통찰을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Stephan Spiekman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