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부패 기관 권한 제한 법안 통과에 우크라에서 일어난 반대 시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반부패 기관의 권한을 제한할 여지가 있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수도 키이우와 중부 도시 드니프로 등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것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입니다.
22일(현지 시간) 참전용사를 포함해 수천 명이 참여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정부가 전시를 구실로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습니다.
이번 시위는 독립 기관인 국가반부패국과 반부패특별검사실을 대상으로 검찰총장이 수사 재지정, 이관 등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법안에 서명하고 다음날 새벽 영상 연설에서 이 법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법안 발효에 두 기관은 이번 법안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곤차렌코 야당 의원도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종식하려는 것"이라며 "작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큰 독재 국가들을 이길 수 있지만 작은 독재 국가들은 조만간 큰 독재 국가들에 삼켜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도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적 성격을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법안이 국가반부패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인 체르니쇼우 전 부총리를 부패 혐의 피의자로 지목해 지난주 사임하게 만든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요구로 신설한 국가반부패국 활동에 불만을 가져 법안을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전날 우크라이나 검찰과 보안국은 이 두 기관을 수색하고 국가반부패국 직원 가운데 1명을 러시아 간첩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는 주변국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위원회 기욤 메르시에 대변인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 "이 두 기관은 우크라이나 개혁 의제에 매우 중요하며 부패와 싸우고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과 역량은 최근 우크라이나 개혁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이런 노력의 진전을 바탕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반부패 기관 억누르기가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