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 시간) 가자시티에 도착한 인도주의 구호품 호송대에서 내린 밀가루를 나르는 팔레스타인 주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서 가자지구 내 식량 등 인도주의 구호품 분배 통제권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랍 중재자들을 인용해, 휴전 협상의 핵심이 식량 통제권으로 옮겨갔으며 합의 발효 시 구호품 배분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습니다.
하마스는 유엔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가자로 유입되는 모든 구호품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면 미국은 이들의 참여는 허용하지만 통제권을 줄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마스는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을 구호품 배급 문제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보호기구와 하마스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유엔 통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유엔 난민보호기구 직원 일부가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또, 하마스가 구호품을 전쟁 자금으로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엔 및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이 하마스가 구호품을 훔쳐 비축하거나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가자인도주의재단이 이들로부터 구호품 배급을 맡아 배급하는 방안을 이스라엘은 지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재단이 운영하는 배급소에선 구호품을 받으려던 민간인들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사망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하마스로선 이전처럼 주로 유엔이 통제하는 구호품 배급 방식이 전쟁 피해를 복구하고 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필수적이라 보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한 당국자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 기아 등의 피해를 언급하며 "하마스에 대한 가장 큰 압박은 민간인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협상 테이블에서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의 새 군사작전을 압박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데이르 알발라는 인질 억류 장소로 추정되는 곳으로 전날 이스라엘 지상군은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데이르 알발라로 진격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직원 숙소와 창고도 공격받았습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조너선 콘리쿠스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데이르 알발라와 같은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이집트, 카타르, 미국의 중재 하에 60일간의 휴전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아랍 중재자들은 최근 몇 주간 일부 의견 불일치는 해소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으로 불리는 가자-이집트 국경에 얼마나 넓은 완충지대를 유지하느냐 등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사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팔레스타인 당국은 전쟁 기간 굶어 죽은 주민이 최소 101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80명은 어린이였으며, 대부분 최근 몇 주 새 발생했습니다.
이날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15명이 먹지 못해 사망했는데, 생후 6주 된 신생아 유세프와 어린이 3명도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아사로 수십 명이 숨지는 사태는 전쟁 발발 후 처음이라고 팔레스타인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유세프의 삼촌은 로이터에 아기에게 먹일 분유 한 모금을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설령 구하더라도 한 통에 100달러였다며 애통해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